뮤진트리 3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유디트 샬란스키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유디트 샬란스키(지음), 박경희(옮김), 뮤진트리   기대 이상의 독서였다. 서정적인 서술과 묘사는 마음을 움직였다. 이젠 없는 것들에 대해서 쓴 글들 모음집인 이 책은 수필이면서 픽션이며 다큐멘터리였다. 내가, 혹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로 이끌며 기록의 소중함을 알린다. 그러나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실. 흔적으로 남았거나 아예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 저자는 적고 노래한다.   시의 파편들이 끝없는 낭만주의의 약속임을. 아직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현대의 이상理想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시예술은 지금까지도 어떤 문학 장르보다 더 함축적인 공허, 의미를 증폭시키는 여백을 갖고 있다. 구두점들은 단어들과 함께 유령의 팔다리처럼 생겨나 잃어버린 완벽함을 주장한다. 원형은 온전히 갖..

히에로니무스의 수수께끼, 세스 노터봄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수수께끼 세스 노터봄(지음), 금경숙(옮김), 뮤진트리 최초의 인간들이 느낀 지복 뿐만 아니라 불안과 혼란도 숱하게 표현된 그 그림들에서 미래가 보이는가? 보스 자신은 그 어떤 말도 없이, 그림만 남겨놓았을 따름이다. 그의 자취야 토지 대장과 문서, 매매 서류에 남아 있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 눈에서 사라진 한 남자는, 눈에 보이는 그 많은 것들 뒤에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다. (21쪽) 일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다. 살짝 어정쩡한 위치의 이 수필집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나 분석이 나오지 않고(세스 노터봄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스 노터봄은 짧고 담담하게 보..

잃어버린 낙원, 세스 노터봄

잃어버린 낙원 Lost Paradise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지음), 유정화(옮김), 뮤진트리 어쩌면, 나는, 너는, 우리는, 늘, 언제나, 각자만의 천사를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잃어버림'에 대한 이야기로 설정된 소설은 또 다른 '잃어버림'으로 끝을 맺는다. 알마의 상실감(상처)은 본원적인 것이어서, 애초에 무드Mood같은 것으로 인해 일상을 벗어나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는 일로 이 소설, 혹은 여행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 일은 너무 비정상적이어서 일종의 은유적인 형태의, 소설적 장치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일 정도이며, 이 사건에 대한 서술이나 표현, 또한 직접적이지 않고 마치 꿈처럼 흐릿하게 서술되어 독자는 그 사건의 끔찍함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