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뒹굴뒹굴거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과는 무관한 모양이다. 세월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더니, 그렇지 못한 것이... 이런 일요일 오후엔 도대체 뭘 하면 좋을까. 새벽까지 책을 읽는 바람에 정오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오랫만에 요리를 해서 먹을 생각에 근처 시장에 가 봄나물과 김치찌게를 위해 두부와 버섯을 사왔다. 가는 내내 봄 햇살인지 늦겨울 햇살인지 구분되지 않는 빛 알갱이들이 퍼석퍼석 썩어가는 내 얼굴에 와닿아 부서졌다. 잠시 바람이 불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시장 안을 걸어가는 젊은 여자의 엉덩이를 한참 쳐다보았다. 엉덩이만 보면 아줌마인지 처녀인지 구분할 수 있다던데, 도통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 이름 모를 봄나물을 간장과 고추가루가 주축이 된 양념장에 버물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