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6

2023년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치가와 사오, <<헌치백>>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단편집을 읽긴 했으나,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도 보았으나, 일부만 기억날 뿐이다. 메이지 다음이 다이쇼 시대인데, 메이지 시대의 대표적인 소설가가 나쓰메 소세키라면 다이쇼 시대의 대표적인 소설가가 바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 그리고 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문학상이 바로 아쿠타가와 상이다. 일본의 흥미로운 점은 몇 명의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은 너무나도 놀랍지만, 대중적인 저변은 몇 백년, 몇 천년 전 섬나라 그대로다. 하긴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한국은 어떻게 조선을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테지만, 성리학(주자학)과 양반 계급의 그릇된 세계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음을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거나 애써 무시한..

배움에 관하여, 강남순

배움에 관하여 -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 강남순(지음), 동녘, 2017 "두려움과 떨림으로 당신 자신의 구원을 끊임없이 이루어 내십시오. Work out your salvation with fear and trembling" - 빌리보서 2장 12절- 키아케고르, 중에서 얼마 전 '인문학 유행과 인문학적 사고'라는 짧은 포스팅 하나를 올렸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인용된 강남순 교수의 글이 상당히 시사적이라 올린 포스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읽기 전에는 딱딱하고 건조한 이론서로 생각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짧은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었다. 하지만 짧은 글이라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인문학적인 통찰이 묻어났다. 다양한 학자들을 인용하였으며,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

비판의 자유, 혹은 메릴 스트립 수상 소감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는 망가졌고 시스템은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다행인지 몰라도, 작년 하반기. JTBC의 용감한 보도, 그 이후 이어진 촛불 집회가 있었다. 아마 그것마저 없었다면 계속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갔을 것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조금의 식견이 있는 이들은 모두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힘 있다고 믿었던 정치인들은 권력 앞에 무능력했고(공무원, 검사, 기업인들을 모두 한 통속이 되어 부패해졌고) 평범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야 비로소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가를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언론들은 정신차리지 못했으며, 학교는 무너졌고 그 곳의 실질적인 리더인 교수들은 가장 추악한 면모를 드러냈다.(청와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글, 그림), 길찾기 짧지만 강렬하다. 어떤 만화가 우리를 흔드는 힘은 형편없어지는 요즘 소설들보다 낫다. 최규석의 만화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 있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진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메시지를 가지는 만화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둘리에 대한 비관적 해석이 불편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 '불편함'이야말로 이 만화가 우리 모습의 반영임을 긍정하는 것이다. 최규석의 초기 단편들로 엮여진 이 만화책은 어떤 젊은 작가의 등장을 알리는 선언이며, 만화가 현실에 대해, 우리의 진짜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그는 네이버에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추천한다. '송곳'이다. http://comic...

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알랭 투렌

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알랭 투렌(지음), 고원(옮김), 당대 다소 급하게 읽은 것일까. 투렌이 이야기하는 ‘2와 2분의 1 정치’를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미심쩍긴 하다. 실은 이런 고민할 시간이 없다. 내일은 월요일, 출근을 해야 하며, 나를 기다리는 몇 개의 회의가 있고, 내가 채워야 문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나도 월급쟁이인 형편에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상한 위치에 서 있으며, 똑똑하고 성실하게 일하지 않는 자를 매우 싫어하는 전형적인 관리자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처럼 고객 제일주의를 표방하며 고객에게 욕을 들어가면서 꿋꿋하게 자리를 리더의 모습을 지키려고 애쓴다. 이런 내가 알랭 투렌의 10년도 더 지난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삶이 변하거나 내가 갑자기 ..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인디북(인디아이) 도련님나쓰메 소세키(지음), 육후연(옮김), 인디북 - 이 소설에 대해 간단한 평을 쓰려고 인터넷서점을 검색해보았더니,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 나오고 있었다. 그 전집을 보고 있으니, 이젠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오에 겐자부로 소설 전집이 떠오른다. 그 때 그, 오에 전집을 다 사둘 걸,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살 생각은 없다. 이미 소세키의 소설 다수를 구입한 터라, 소세키를 읽을 때마다 사서 읽는 편이 좋을 게다. 이 책은 소세키의 소설들 중 가장 대중적인 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꽤 유쾌하고 작은 소극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대로 소세키의 다른 소설들에서 보여주었던 바, 지식인의 고뇌, 현대적 삶의 쓸쓸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