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디 2

이사, 혹은 책들과의 전쟁

이사를 했다. 늘 나에게 이사는 ... 힘들다. 첫 번째는 많은 LP와 시디 때문이고 두 번째는 책들 때문이다. (갤럭시S로 찍었는데, 영~화질이~..) 다행히 서재 창 밖 풍경이 좋다. 수백장의 시디는 책상과 서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수 백장의 LP는 창고로 들어가고 책들도 서가 여기저기 쌓아두고 ... 이제 천천히 정리를 해야 한다. 베란다 창밖으로 가을은 깊어가, 겨울을 향하는 듯하다.

초겨울이었다

초겨울이었다. 95년 창원이었다. 그녀의 방에서 양말 하나를 놔두고 나왔다. 침대에서 뒹굴었지만 성공적이진 못했다. 술을 너무 마시고 나타난 그녀를 안고 그녀의 집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술에 취해 침대에서 바로 곯아떨어지리라 생각했던 그녀가 덥석 날 껴안았을 때, 내일 오전까지 그녀와 있어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침대 옆 큰 창으로 새벽빛이 들어왔다. 새벽빛들이 그녀와 내 몸을 감싸고 지나쳤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고 새벽 취객의 소리도 들렸다. 내 몸 위에서 그녀는 가슴을 두 손으로 모으면서 내 가슴 이쁘지 않아. 다들 이쁘대. 하지만 그녀와의 정사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술에 취한 그녀는 금방 지쳐 잠을 자기 시작했고 그녀 옆에서 아침까지 누웠다 앉았다 담배를 피워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