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2

작은 화분

화분을 샀다. 서양란이 이쁘고 화사했다. 그녀에게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나지 못했다. 한 번 만나고 전화 통화를 몇 번 한 것이 다였다. 서로 바쁘기도 했고 친구 관계 이상으로 진전될 가능성도 없었다. 지독한 외로움은 거짓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어두컴컴했던 방안에 있다가 결국 그 서양란은 몇 주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이십오년 전쯤 일이다. 그녀와는 몇 번 전화 연락을 한 것이 다였지만 보기 드문 이름이기도 해서 아직도 기억나는 이름. 한 때 아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다고 여겼는데, 아는 사람이 많은 것과 외로움은 별개더라. 이젠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도 못해, 최근 1달 정도 외부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즐거운 술자리도 많이 줄어들었다.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

책상 위 화분

내가 식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최초는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했을 것이고 몇 번은 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말 없는 식물이 침묵과 쓸쓸함 속에서 잘 자라주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 것이다. 사무실 책상 한 켠에 화분을 놓아두고 그 옆엔 낡은, 자신의 노년을 겨우 지탱해나가는 캔우드 리시버 앰프를 놓아두었다. 화분은 소란스럽고 건조한 사무실을 잘 견디었고, 오래된 캔우드 리시버 앰프는 몇 명의 주인을 거쳐간 다음, 나에게 왔지만, 가끔 자신의 처지를 슬프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했다. 오늘은 화분을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얇게 내리는 비와 계절과 계절 사이의 바람 속에 놓아 두었다. 비와 바람은 옛날 이야기를 내 귀에 속삭였지만, 모던 사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