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3

아이의 방학

방학을 했다. 이제 아이는 핸드폰의 지배를 받는다. 핸드폰을 많이 한 날과 그렇지 않는 날의 태도나 반응은 현저히 다르다. 사춘기가 왔지만, 사춘기보다는 핸드폰의 영향이 더 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난감하다. 사춘기 자녀가 있는 모든 집의 문제다. 모든 집의 문제인데, 그 누구도 정책적 해결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핸드폰을 활용한 수업을 학교에서 할 지경이다. 가령 동영상 제작 수업이나...  아이가 방학을 했다. 매일 전쟁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방황과 고민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의 해결이 핸드폰이면 안 된다. 세상이 너무 변했다. Digital Natives라고?  Digital Addiction의 다른 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아이에게 마시멜로 효과라든가..

창을 열면, ...

팔을 들어 길게 뻗어 책상 너머 있는 창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바람이 흘러 들어왔다. 한 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공기를 보며 바람이라고 썼지만, 그냥 온도 차이로 생긴 공기의 사소한 흐름일 게다. 밤새 닫아 두었던 서재의 창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내가 지내온 서재, 혹은 책들이 모여 있던 곳의 창 밖 풍경은, 대체로 건조한 무채색이다.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서재는 딱 한 번 뿐이었고, 나머지들은 모두 벽들 뿐이었다. 지금 서재 창 밖은 바로 옆 빌라의 측면 외벽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창들이 있는. 서재에서 이십미터 정도 걸어 나가면 마을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있고, 그 곳으로부터 다시 이십미터 정도 나가면 시내버스가 다니는 도로, 다시 그 곳으로부터 이십미터 정도 가면 지하..

안개

이른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집 창문을 여는 때는 주말 아침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며칠 전 문득 창을 열었다. 하얀 그림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때, 정말 1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뚫고 약 2 킬로미터 정도 되던 학교까지 걸어갔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언젠가 친구와 함께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로 유명한 자유로를 달렸던 것도 기억한다. 안개는 공포와 두려움과 함께, 우리 마음 속 깊이 이 세상으로부터, 세상 사람들로부터, 사건들과 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어떤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실은 안개 너머 어떤 신비의 유토피아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김포공항에서 삼성동까지 가는 도심공항행 리무진 버스에는 안개로 인해 결항된 비행기 탓에, 승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