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리 2

어떤 수요일

몇 달 간의 흔적이 숨겨져 있는 책상 바로 위로, 지치지도 않고 차가운 에어콘 바람은 평평한 사각형으로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면서, 어떤 구조 속에 스스로 자신을 내몰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을 내몰지 않으면 안 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삶 전체를 내몰지 않은 사람들에겐 철없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무책임하고 제멋대로 인간임을 인정하라며 세상은 강요한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우리를, 어떤 시스템 속으로 자신을 내몬 이들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책임질 생각도 없다. 강요하면서도 그 강요로 인한 결정로 생긴 좌절, 절망, 슬픔에 대해선, 네 잘못이라며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결국 세계는 피해자들로만 넘쳐난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 모든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떠밀려 지금 이..

Yali Premium Merlot 2001

Yali Premium Merlot 2001 테스팅을 위한 첫 잔은 무척 좋았으나, 그 다음 잔부터는 코를 자극하는 비릿함이 올라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느낌은 없어졌으며 풍부한 향과 우아함으로 마시는 이의 미각을 만족시켰다. 디켄팅을 하면 더욱 좋을 듯 했다. 잔에 담아 천천히 마시면 좋을 와인이다. 샵 가격이 무려 60,000원이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다소 놀랐지만, 그 정도 가격을 받을 만한 고급스러운 향을 이 와인은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