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45

서양중세문명, 자크 르 고프

쟈크 르 고프(지음), 유희수(옮김), , 문학과지성사, 1995년 3쇄(1992년 초판) 사람들은 서양 중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왕과 왕비, 기사, 장원 경제, 십자군, 아더왕 이야기, 왕비와 기사 간의 로맨틱한 사랑, 높이 솟은 첨탑의 고딕 성당.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아닐 지도 모르겠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중세에 대해선 전문가 수준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 책은 서양 중세의 문명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요약하고 정리한 책이라, 독자에 따라선 설명이 인색하다고 여길 수 있고 완독하는 데에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리는 책이다. 하긴 천 년 중세 문명을 일목요연한 구성과 설명으로 다 담아내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감안한다면 이 시간마저도 짧게 느껴질 정도이다. 재미있고 쉽게..

서양 사상의 역사, 크레인 브린튼

서양 사상의 역사 Ideas and Men - The story of western thought 크레인 브린튼 지음, 을유문화사 살아가면서 어떤 인생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모색을 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서부터 거대한 문제들(Big Questions)까지.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인류의 역사는 문제 해결의 역사이고 욕구 충족의 역사였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고 욕구가 충족되려면 먼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할 듯이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에 대한 책이다. 그래서 유리창에 금이 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선택하게..

르네상스, 폴 존슨

르네상스 폴 존슨 지음, 한은경 옮김, 을유문화사 간결하면서 압축적이다. 단점이 있다면 도판이 없다는 것인데, 조금의 성의가 있다면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찾아볼 수 있겠다. 역사와 경제적 배경, 문학과 학문의 르네상스, 르네상스 조각의 분석, 르네상스의 건축, 르네상스 회화의 사도적인 계승, 르네상스의 확산과 쇠퇴로 구성된 이 책은 르네상스에 대한 짧은 요약서로 읽힌다. 더구나 르네상스의 확산과 쇠퇴는 최근의 연구 성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하지만 중세와 르네상스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13세기말은 아직 고딕 시대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르네상스의 기운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고딕 자연주의와 르네상스는 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설명이 없..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中國 - 이인호 지음/아이필드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지음, 아이필드 “그만큼 중국인들이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 530쪽 칠백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다들 고개를 흔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가깝지만 일본보다 더 모르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정도면 충분하다. 그만큼 다양한 중국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하였으며 실제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의 이야기나 배낭여행기 등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중국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러니깐 “착하게 살아서 천당 간다”의 태도가 매우 약하다. 중국의 창조 신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우주의 창조자인 반고가 죽어 그의 육체가..

에라스무스, 슈테판 츠바이크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평전 -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아롬미디어 에라스무스 - 위대한 인문주의자의 승리와 비극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하나의 세계관이 여기 있다. 하지만 이 세계관은 사람을 유혹하지도 선동하지도 그렇다고 뜨거운 열정을 내뿜지도 않는다. 언제나 차갑고 건조하다. 늘 조용하고 방관자의 시선을 가진 듯하면서도 예리하게 문제를 지적해내어 보는 이를 찬탄케 만들지만 곧바로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그런 세계관이다. 그래서인지 이 세계관은 다른 편에 서서 보면 늘 우유부단하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너무 이상주의적이다. 더구나 언제나 교육의 중요함을 설파하며 교양을 강조하고 문명화된 인간을 요구한다. “현재의 제 모습, 저를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