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29

발튀스 Balthus

발튀스Balthus의 작품을 본다. 어떤 긴장이 느껴지지만, 내가 선호하는 긴장은 아니다. 나는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나는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다. 성적인 압박으로 인한 기괴함이 화폭에 가득 묻어나고 분석가들에게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주겠지만, 딱 거기까지인 듯 싶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발튀스에 열광한다. 내가 모르는(알 턱도 없는) 작가인 탓에 블로그에 몇 편의 작품을 올리고 기억해둔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다시 적을 수 있겠지. The Golden YearsBalthus,1945199 x 148 cm, oil on canvas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Washington, DC, USA The Fear of Ghosts Balthu..

진폭, 이우환

진폭 자코메티가 모델에게 육박해가면, 동시에 모델 또한 자코메티에게 닥쳐온다. 자코메티는 자꾸자꾸 내쳐 가 이윽고 모델 너머까지 나아간다. 그때 모델 또한 점점 돌진해서, 자코메티를 지나 훨씬 이쪽으로까지 전진해 버린다. 도전해가는 힘과 덤벼오는 힘이 세차게 겹쳐지는 가운데, 두 개의 대상은 깎여나가, 마침내 하나의 뼈가 되어남겨진다. 이렇게 해서 생긴 대립의 축은, 자코메티를 넘고 모델을 넘어서 -. 그것은 끊임없이 커다란 진폭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를 공간의 펼쳐짐 속에 숨겨 지운다. 자코메티는 이것을 거리의 절대성이라 일컬었다. 이러한 시선을 따른다면, 본다는 것은 대상과 자신의 치열한 사랑의 운동이 겹치어, 드디어 투명한 여백이 된다는 것인가. - 이우환, 시집 중에서 자코메티, Three Men..

르느와르(Renoir)의 소년

르느와르의 초기 작품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그가 배워왔던 페인팅과 앞으로 나아갈 페인팅이 서로 섞이고, 작품을 통해 성취하고 하는 젊은 열망들이 색채로 뿜어져 나온다고 할까. 한 때 '젊음'에 대한 평문을 쓰고 싶었는데, ... 지금이라면 가능할까. 오랜만에 르느와르 작품들을 찾아 봐야겠다. -- 2003년 11월 28일에 쓴 글. Young Boy with a Cat1868-69Oil on canvas43 3/4 x 26 1/4 in (124 x 67 cm)Musee d'Orsay, Paris 이 그림을 보면서 하루키의 를 떠올린 이유는 뭘까. 약간 신비스러워 보이는 이 작품은 르누와르의 초기 작품으로 고양이를 스다듬는 소년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앞의 꽃무늬 천이나 고양이의 처리는 무척 마음에 든다...

김수자 Kimsooja - To Breathe, 국제갤러리

KimsoojaTo Breathe August 29 - October 10, 2012 Gallery Kuje "작가의 작품 세계는 시각적인 이미 및 오브제를 넘어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탐구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삶의 인류학적 면모를 보여준다. 김수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공간의 축적이 담긴 장소특정적인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적인 흐름을 관통하는 작업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동양적 또는 한국적이라 불리는 서구의 근대적인 관점에서 간과한 가치들을 선험적인 태도로서 접근한 이번 국제갤러리의 김수자의 첫 개인전은, 최근 10여 년에 걸친 최근 작업들로써, 그녀만의 고유한 유목적이고 관조적인 관점, 그리고 초기 작업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심화되어 온 페인팅과 드로잉의 개념들, 아울러 그것의 휴머니즘적 연관성을 ..

앤서니 곰리 Anthony Gormley

밀린 신문들을 읽다가 앤서니 곰리(Anthony Gormley)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고고학과 인류학 전공자이다. 성공한 CEO들 중에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 많지 않듯이, 뛰어난 예술가들 중에는 예술을 전공하지 않는 이들도 꽤 있다. 하지만 한국은 너무 '전공 편향주의'가 심한 듯하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순수 미술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이를 보기 드물고, 학연은 여전히 심하기만 하다. 이는 미술 뿐만 아닌 것같다. 솔직히 학부 시절 **전공을 이수했다고 해서 그 분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아도 해당 전공 분야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대해 무식한 경우를 너무 봐왔기 때문에 ... 사정이 이렇다보..

정치적 팝, 현대 중국의 세계 - 왕광이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 아니면 사회주의 사회인가?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까? 몇 명은 사회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라고, 또다른 몇 명은 시장 경제 체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또는 도리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도 중국은 공산당이 정치의 중심에 있고 사회주의적 가치가 국가 통치의 기본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시장경제)라는, 매우 낯선 시스템이라고 할까. (어쩌면 중국 앞에서 좌파, 우파의 구분도 무색해 질 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대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는 2012년의 우리들이 보기에도 신기한데, 수 십 년 전 중국 국민(인민)들의 눈에는..

(단숨에 읽는 서양미술사) 앤디 워홀Andy Warhol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Andy_Warhol 20세기 후반 미술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코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될 것이다. 심지어 미술 시장(Art Market)의 측면에서도 앤디 워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앤디 워홀을 대중적인 팝 아티스트로 여기겠지만, 실은 그는 팝 아트(Pop Art)를 넘어서 현대 미술 뿐만 아니라 현대 대중문화가 가지는 숨겨진 의미를 온 몸으로 보여주며,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환기시켜 주었다. 스타에 대한 열광과 매혹, 아우라(Aura)와 복제, 현대적 바니타스(Vanitas)와 죽음, 차용과 반복, 가면과 진실. 앤디 워홀과 그의 예..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독일적 샤머니즘, 주술적 작업, 과감하고도 단호한 정치적 참여. ... 이 정도의 표현이 나오면 안젤름 키퍼가 요셉 보이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1970년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했다. 안젤름 키퍼. 그의 작업은 매우 정치적이고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 그의 작품이 가진 정치성은 한국 사회로 오면 꽤나 많이 희석되고 만다. 그의 작업은 상당히 충격적인 표현 작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젤름 키퍼와 함께 하는 비판적 현대사' 같은 글이라도 쓰야 하는 걸까. 실은 현실 정치나 과거 역사에 매우 비판적인 작가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작품이 대형 갤러리에 전시되어 팔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

정명훈, 진은숙, 그리고 김상수, 프레시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만, 연주회를 자주 보러 가는 편은 아니다. 유명 연주자의 공연 티켓값은 직장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싸고, 몇 번 갔던 국내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것은 수시로 실수를 해대는 그 연주회에서 관객들은 연신 '앵콜'을 외쳤다. ㅜㅜ. 논리적으로 도대체 납득할 수 없었고 그 이후론 발을 딱 끊었다. 종종 예술의 세계에서는 혹독한 비판만이 살 길을 제시하는 법이다. 그건 금전적인 것과는 무관한 것이며, 일종의 신념이고 태도이다. 정치적인 것과도 무관하며 도덕적인 것과도 무관한 것이다. 마치 현실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어떤 세계라고 할까. 하지만 한국에선 혹독한 비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문학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지 않고 그 누구도 ..

줄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이 지구 상에는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과 예술 작품들이 있을까? …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찔해진다. 내가 읽었고 보았던 작품은 극히 일부였고, 그 일부만으로도 내 삶은 변화되었고 내 마음은 감동받았으니, 나는 내가 변할 수 있고 감동받을 수 있는 무수한 기회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니 말이다. 서가에 쌓여있던 종이 뭉치들을 정리하다가 2008년에 있었던 쥴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아시아 순회전 전시 소개 프린트물을 발견했다. 바스키아의 친구로 더 유명한 슈나벨은 1980년대 미국 New Painting의 대표 작가였다.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역시 영화는 대중적인 매체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감독 슈나벨로 나오는 것이 더 많구나) 갤러리 현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