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다. 딱딱한 보도블럭에 부딪히는 느낌이 좋았다. 좋았을 거라고 내 스스로 추측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 두 다리와 발은 내 걷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잔뜩 불평을 쌓아두고 있을 지도 모른다. 모든 걷기가 우아하고 즐거우며 보들레르나 벤야민의 '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서울에서의 걷기는 가장 적당치 않다. 먼저 공기가 좋지 않다. 건널목에서는 기대 이상의 기다림을 푸른 불빛에게 할애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경우에 해당되는데, 아주 짧은 시간 넋을 놓고 걸어가다간 차에 치여 죽거나 불구가 될 수도 있다. 서울의 이런 형편없는 운전문화로 인해 '서울에서의 걷기'는 우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불행하게도(불쾌하게도) 내 정신은 걷기에 익숙해져 있다. 내 육체는 아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