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6

월요일 아침

혼자 있을 시간이 사라졌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이니 말이다. 주말 집 근처 공원을 산책했고 늦봄 꽃 향기에 취했다. 그 향긋한 내음 사이로 아이는 웃고 뛰었다. 그리고 월요일이다. 주말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채, 다시 월요일을 시작한다. 지난 금요일에 면접을 봤던 웹 개발자는 출근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 문자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꽤 상심했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혼자 고민해야 될 문제는 아니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만 신경 쓰기도 바쁜데 말이지. 다시 월요일이다. 그리고 비가 온다. 비를 맞으며 출근 했다. 팻 메쓰니의 음반을 뮤직 사이트에서 찾아보았으나, 없다. 비오는 날, 나는 팻 메쓰니의 New Chaut..

Summer Clouds, Summer Rain

간밤에 잠을 설쳤다. 일요일 오후에 낮잠을 잤고 밤 늦게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한 탓이다. 집 근처 홈플러스 마트에 갔더니, 프랑스산 삼겹살 1KG을 9,800원에 팔고 있어서, 이를 소주,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화를 못 시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냉동 삼겹살이라 고기는 다소 질겼다. 먹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싼 가격을 감수해야 했다. (그건 그렇고, 삼겹살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인가?) 오전에 사무실에 도착해 두 번의 회의를 했더니, 오전 시간은 다 지나가버렸고, 수면 시간이 채 3시간이 되지 않는 터라 점심식사 대신 낮잠을 택했다.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부치는 수준이었으나, 한결 나아졌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밀려드는 햇살의 두께와 밀도, 밝기는 한 여름날의 그것..

4월 중순, 비가 내리자 대륙 깊은 사막 먼지 냄새가 났다.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를 본 지도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로드 무비Road Movie의 대명사였으며, 롱 테이크의 교과서와도 같은 장면들이 나온다. 이 영화의 OST는 컬렉터의 표적이 된 음반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영화 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작 오래된 영화나 뒤져 다시 보는 정도다. 회사에 남아 일을 하는 월요일 밤. 내일 중요한 고객사와의 미팅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 ... 올해 초 한 번 다운된 기분은 쉽게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달째 이르는 듯 싶다. 이번 주중엔 하루 정도 휴가를 내서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와야 겠다. 나스타샤 킨스키도 이제 40대인가. 아니면 50대인가. ... ... 젊음이 사라지는 자리에 삶의 안락이 깃들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참 어려..

misc.

카메라를 가지고 나갈 때조차, 나는 거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이다. 도리어 어떤 풍경을 보고 그것에 어울리는 문장을 고민하는 편이다. 최근 한 달간 내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꽤 흥미롭다. 부암동 동사무소 옆 흰 벽과 거울이 인상적인 카페에서 더치 커피를 마셨다. 커피 향이 너무 좋았고 같이 있었던 이도 좋았다. 집 안에서 키울 수 있는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커피에 대해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녀에게서 커피를 선물받았다. 그런데 아직 드립퍼를 구하지 못했다. 신촌에 있는 카페 향에서 있었던 재즈 연주 풍경이다. 최근 들었던 그 어느 재즈 밴드들보다 수준급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에 ..

월요일 아침

출근길. 거리가, 하늘이, 나무가, 대기가, 옥상이, 그늘이, 그대 얼굴이, 내 마음이 젖어있었다. 내 꿈은 내가 바라는 누군가의 마음 속으로 내 마음이 젖어드는 것. 그렇게 젖어들어 습기 가득한 축축한 계절을 보내는 것. 출근길. 발에 대지가 머금은 물기가 빨려 올라오는 듯하다. (그만큼 난 건조했던가) 사무실에 퍼지는 누구의 누가 연주한 것인지 알듯 모를듯한 음악이 연주되고 뒤이어 들리는 익숙한 라디오 DJ의 목소리. 비가 내려, 그 축축함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모든 소리들은 아름답다. 귀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마음은 적당히 루즈해진다. 뉴욕에서 사는 친구의 메일 끄트머리에 적혀있는 한마디. 'Call me when you're drunk.' 그러고보니, 지난 해 이른 봄 이후 술 마시면서 전화한 적..

월요일 오전

자기 전에 적었던 글을 올리고 필요한 자료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프린트하다 보니 오전이 다 갔다. 10시가 되기 전에 일어났으나, 금방 세 시간이 흘러가버렸으니, 할 말이 없다. 갑자기 우울해진다. 늘 우울한 인생이라, 우울해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 꽤 괜찮은 노래를 들었다. 집에 있는 어느 시디에서 옮긴다. 종종 이런 일이 있다. 사놓고 한 번 들었으나 무심결에 들어 기억 조차 못하는. Loves, Secrets Lies, Peter Cinc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