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4

인문학 유행과 인문학적 사고

소위 인문학적 소양이란 치열한 '왜'로부터 출발한다. '왜'를 묻는다는 것은 비판적 사유와 분석을 필요로 한다. 현대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질문은 해답보다 심오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인문학적 사유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간결함과 명쾌함'이 아닌 '불확실성과 모호성'이다. 인문학적 사유는 이전의 익숙한 이해 세계를 뒤흔드는 '내면적 불편함'을 경험하게 한다. 한국의 대중매체에서 소비되고 있는 인문학의 상품화가 결정적으로 놓치고 잇는 점이다.'어른들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인문학 종결자'라고 소개되는 강사를 통해서 전해지는 인문학은 갖가지 '해답'으로 이루어진다. 청중들에게 간결한 요약과 해답을 제시하면서 그들을 즐겁게만 ..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트렌드, KOTRA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트렌드KOTRA(지음), 알키 막상 책을 읽어보면 열광할 것까진 없어 보이는데, 약간 오버한 제목이랄까. 하지만 주목할 만한 내용임에 분명하다. 몇몇 사례는 이미 국내에 기사화된 것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내 흥미를 끌어당겼던 사례 중의 하나였던 유글레나. 학창시절 생물 시간에 식물이면서 동시에 동물인 유글레나에 대해선 배운 적이 기억날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슈퍼 푸드라니. 또한 바이오연료의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실은 많은 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유글레나의 이러한 가치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배양 기술에 매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배양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고 포기하였는데, 이 배양 기술을 일본유글레나가 개발하여 시..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 게오르그 짐멜 지음, 윤미애 외 옮김/새물결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지음), 김덕영, 윤미애(옮김), 새물결 국내에서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 ~ 1918)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는 철학을 연구하였으며(신칸트주의자이면서 니체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에 있다), 사회학, 미학, 문화비평을 아우르며, 동시에 그의 글들은 대부분은 현대 문명이나 문화, 대도시 사람들의 마음/정신, 일상, 태도, 형식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고, 그의 문장은 짧으면서 뛰어난 문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 이런 글을 썼다는 점에서 놀라움마저 불러일으킨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발터 벤야민 이전에, 그 누구도..

미술 작품의 가격

한국은 아직까지도 호당 가격제가 유지되고 있다. 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아직도 이것이 통용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편의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가격제가 매우 비상식적이라는 사실을 알만한 젊은 작가들조차도 '내 작품은 호당 10만원이니까, 100호는 천만원이야'라고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이유는 미술 작품의 가격 책정에 대해 작가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꼭 판도라의 상자 같다고나 할까. 예술 작품의 가치는 추상적이고 비계량적 가치다. 하지만 시장 가격(market price)는 수치로 나오는 계량적 가치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다. 예술 작품이 실용적인 가치를 가진 것도 아니고 오직 감각의 즐거움, 지적 향유의 대상일 뿐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