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

이별연습, 로랑 모비니에

이별 연습 - 로랑 모비니에 지음, 이재룡 옮김/현대문학 Apprendre 'a finir 이별연습 로랑 모비니에 지음, 이재룡 옮김, 현대문학 오늘, 광활한 대륙에서 밀어닥친 차갑고 건조한 바람들이 검은 아스팔트 위를 낮게 깔려 지나가는 순간, 지친 표정들로 고개를 숙인 채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를 보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난 당신을 알아요’라고 큰 소리로 부를 뻔했다. 다행히도 난 황급하게 손으로 입을 막았고 그녀는 날 보지 않고 오던 길처럼 나머지 길도 그렇게 걸어갔다. 우리는 때때로, 아무도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하는, 이야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한때 그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에 대한 강력한 부정, 또는 누군가가 내 말을 듣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라는 노래가 있다. 빛과 소금 몇 집인지 몰라도, 비 오는 날이면 창을 열어놓고 카세트로 이 노래를 몇 번이고 듣고 했다. 그 때가 스물 두 세살이었던 것같은데. 사람이 과거를 추억하기 시작할 때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믿고 있는데, 요즘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늙는 것만큼 참혹한 일도 없다. 청춘은 아니지만, 내 가슴 속 은빛 총알 하나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영화 '하나비'에서 처럼. 그렇게 내가 죽어갈, 그런 총알 하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