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4

이사와 근황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겹쳤다. 결국 감행했다. 그리고 책을 버렸다. 백 권 넘는 책들을 버렸다. 어떤 책은 지금 구할 수 없는 것이고 어떤 책은 지금 읽어도 흥미진진한 것이다. 책마다 사연이 있고 내 손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주인집 할머니의, 폐기물 사업을 하는 지인이 가지고 가기로 하였으나, 몇 주 동안 그대로 있길래 동네 헌책방 아저씨를 불렀다. 아침 일찍 아저씨는 작은 자동차를 끌고 와서 책을 살펴보았다. 권당 만원씩으로만 따져도 백만원치였지만, 아저씨는 나에게 삼만원을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요즘에도 이렇게 책을 읽는 이가 있구나 하는 혼잣말을 했다. 그 옆에 서서 삼만원을 들고 서 있던 나... 버릴 예정이었으니, 삼만원도 큰 돈이다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일이 너무 많아, 책..

벌거벗은 CEO, 케빈 켈리

벌거벗은 CEO (CEO: The Low Down on the Top Job)케빈 켈리(지음), 이건(옮김), 세종서적, 2010년 일반적인 궤도를 그린 직장 생활이라기 보다는 중구난방으로 부딪히며 이 일 저 일 해온 탓에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을 접었다. 나만의 사업을 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종류의 일임을 새삼 깨닫은 탓이기도 하고 살짝 포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류의 책이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탑 레벨에서의 의사결정 구조나 리더십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만 조직 생활이 가능하고 중간 관리자로서의 모범을 보일 수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의 CEO인 케빈 켈리는 자신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CEO들을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쓴다..

이사, 혹은 책들과의 전쟁

이사를 했다. 늘 나에게 이사는 ... 힘들다. 첫 번째는 많은 LP와 시디 때문이고 두 번째는 책들 때문이다. (갤럭시S로 찍었는데, 영~화질이~..) 다행히 서재 창 밖 풍경이 좋다. 수백장의 시디는 책상과 서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수 백장의 LP는 창고로 들어가고 책들도 서가 여기저기 쌓아두고 ... 이제 천천히 정리를 해야 한다. 베란다 창밖으로 가을은 깊어가, 겨울을 향하는 듯하다.

어수선한 세상 살이

2010년의 가을이 오자, 사무실 이사를 했다. 다행이다. 직장생활에 뭔가 변화가 필요했고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지만, 좀 더 넓은 사무실로 옮겼다. 강남구 삼성2동. 강남구청역에서 내려 높은 아파트들을 지나 근사한 빌라촌을 지나 있는 어느 흰 빌딩.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10월 초의 어느 날. 몇 해 전 우리를 가슴 아프게 했던 텔런트 고 장자연의 소속사가 있던 건물 근처다. 그 건물 앞을 지나칠 때마다 사람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 그리고 체계에 갇힌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혹은 치유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결국엔 세월이 약이라고들 이야기하겠지. 안 좋은 일이나 사건이 지나고 난 다음, 사람들은 곧잘 세월이 약이라고들 하지. 그런데 세월이 약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