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 4

안녕, 다니카와 슌타로

안녕 다니카와 슌타로 나의 간장(肝臟)이여 잘 있거라 신장과 췌장하고도 이별이다 나는 이제 죽을 참인데 곁에 아무도 없으니 너희들에게 인사한다 오래도록 나를 위해 일해주었지만 이제 너희들은 자유다 어디로든 떠나는 게 좋다 너희들과 헤어져서 나도 몸이 가뿐해진다 혼만 남은 본래의 모습 심장이여 때때로 콕콕 찔렀구나 뇌수여 허튼 생각을 하게 했구나 눈 귀 입에도 고추에게도 고생을 시켰다 모두 모두 언짢게 생각하지 말기를 너희들이 있어 내가 있었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너희들이 없는 미래는 밝다 이제 나는 나에게 미련이 없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나를 잊고 진흙에 녹아들자 하늘로 사라지자 언어가 없는 것들의 동료가 되자 에 실려있던 시 한 편을 옮긴다. 이제 노인이 된 시인이, "아무래도 젊은 시절에는 쓸 수 없는..

시를 쓴다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

시를 쓴다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지음), 조영렬(옮김), 고유서가 아주 오래 전에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을 읽었다. 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첫 번째 시집에서 우주와 나를 노래하는 시를 읽으며, 이 정도가 되려면 타고 나야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집을 읽으며 다니카와 슌타로가 시인이 된 건 우연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인이 아닌 그를 상상하기 어렵기도 하다. 짧은 인터뷰집이지만, 유쾌하고 시와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때 내 꿈도 시인이었으니. 서가 어딘가에 습작하던 시절의 시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오래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살게 되리라고 젊은 시절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저도 뭔가를 쓰려고 할 때는 가능한 한 제 자신을 텅 비우려고 합니다. 텅 비우..

게으른 달력, 하기와라 사쿠타로

게으른 달력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이제 우울한 벚꽃은 하얗게 썩어버렸다마차는 덜컹덜컹 먼 곳을 달리고바다도 시골도 고요한 공기 속에서 잠자고 있다어쩌면 이다지도 게으른 날일까운명은 연달아 어두워져 가고쓸쓸한 우울증은 버드나무 잎 그늘에 흐려져 있다이제 달력도 없다 기억도 없다나는 제비처럼 홀로서기를 해, 그리하여 신기한 풍경 끝을 날아가겠다옛날의 사랑이여 사랑하는 고양이여나는 하나의 노래를 알고 있다그리하여 먼 해초를 태우는 하늘에서 짓무르는 것 같은 키스를 던지겠다아마 이 슬픈 정열 이외는 그 어떤 단어도 알지 못한다 - 하기와라 사쿠타로(지음), 서재곤(옮김), , 지만지 * *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1886 ~ 1942)의 시를 읽는다. 사쿠타로도 오랜만이구나. '쓸쓸한 우울증'이라는 단..

우울한 고양이(靑猫)

우울한 고양이(靑猫) 이 아름다운 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이 아름다운 도시의 건축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모든 상냥한 여성을 찾기 위해모든 고귀한 생활을 찾기 위해이 도시에 와서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는 것은 좋은 것이다.거리를 따라 서 있는 벚나무 가로수거기에도 무수한 참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 거대한 도시의 밤에 잠들 수 있는 것은오직 한 마리의 우울한 고양이 그림자다슬픈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고양이 그림자다우리가 찾기를 그치지 않는 행복의 우울한 그림자다.어떤 그림자를 찾기에진눈깨비 내리는 날에도 우리는 도쿄(東京)를 그립다고 생각해그곳 뒷골목 벽에 차갑게 기대어 있는이 사람과 같은 거지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 하기와라 사쿠타로(1886 ~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