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6

Contemporary Art Journal 2011년 vol.7 - '자살' 특집

1.Contemporary Art를 '동시대 미술'로 옮겨야 하나? 이전에는 현대 미술로 옮겼는데, 이 잡지에 실린 정형탁 편집장의 글을 읽고 난 다음, 고민에 빠졌다. 아서 단토A.Danto가 정의한 '예술의 종말' 이후 생긴 '컨템포러리'는 이제 더 이상 미술작품은 어떠해야 한다는 특수한 존재방식에 방점을 찍은 거다. 예술이 미학의 집으로 편입되었을 때 이미 이런 현상은 예견되었는지 모르겠다. 팝아트의 등장으로 미술의 고유한 가치를 찾으려는 목표는 허망한 것이 되었고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들이 생겨났다. (정형탁, '자살, 자본의 메타모프로시스' 중에서, 65쪽) (솔직히 정이 가지 않는) 미술 이론가 아서 단토를 인용하며, 그는 컨템포러리의 의미를 구한다. 굳이 저토록 진지해질 필요는 없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문학동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지음), 김남주(옮김), 문학동네, 2001 세상에 이렇게 비극적이며 냉소적인 소설가가 또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로맹 가리, 또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또한 세상에 대한 끝없는 냉소로 일관하듯이 이 소설집 또한 그러하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유머러스함마저도 로맹 가리의 냉소적인 시선을 배가시킬 뿐이다. 그의 냉소는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하긴 우리는 늘 어딘가에 속고 산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으로부터, 교과서로부터, 하이틴로맨스로부터 속고 청년 시절 사랑스럽던 그녀‘들’에게서 속고 장년 시절 남편에게서, 아내에게서, 직장 상사에게서, 동료에게서 속임을 당..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문예출판사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지음), 지정숙(옮김), 문예출판사 로맹 가리, 필명인 에밀 아자르로 발표한 짧은 프랑스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잠시 눈가를 붉혔다. 오랫만에 소설을 읽었다. '모하메드'라는 이름이 좋아졌다. 그리고 늙는다는 것, 추해진다는 것, 그리고 육체가 썩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 소설가는 자살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로맹 가리는 1980년 권총 자살로 죽는다. 아마 로맹 가리는 모하메드가 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고통 받았지만, 그 고통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어떤 사람을 사랑했고 그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워했지만, 결국에는 생의 안락함을 구하게 되는 어떤 소년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왜냐면 그 소년..

그로 깔랭 - 내 생의 동반자 이야기, 에밀 아자르

그로 깔랭 - 내 생의 동반자 이야기.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 동문선. 외롭지 않아? 그냥 고백하는 게 어때. 외롭고 쓸쓸하다고. 늘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고. 실은 난 뱀을 키우고 있지 않았어. 그로 깔랭, 그건 내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야. 내 다른 모습. 길고 매끈하지만,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내 모습이었어. 드레퓌스양을 사랑하고 있지만, 드레퓌스양에겐 말하지 않았어. 말하지 못한 거지. 그렇지만 난 그녀의 눈빛만 봐도 그녀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껴. 그래, 그녀와 난 엘리베이터에서만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 한 두 마디. 그 뿐이긴 하지만, 난 알 수 있어. 그리고 창녀로 만나긴 했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었지. 그로 깔랭을 동물원으로 보내긴 했지만..

토요일 오전의 허무한 <자살>

한동안 사람들을 만나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가 하고 묻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주위의, 많은 이들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만나기로 예정되어있던 몇 명은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 무척 재미있다. 하지만 너무 끔찍해서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르 끌레지오의 이 생각난다. "내가 죽으면 나를 알고 있었던 이 대상들은 더이상 나를 증오하지 않게 되겠지. 나의 내부에 있는 내 생명이 꺼져버릴 때, 내게 주어졌던 이 통일성을 내가 마침내 흩어버리게 될 때 소용돌이는 그 중심을 바꿀 것이고 세계는 그 원래의 존재 방식으로 되돌아 가겠지." 어제 집에 있었고 오늘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드디어 흔들리는 공간 속으로 되돌아왔다. 끔찍하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