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치 안고 단편집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지음), 유은경(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자정쯤 잠에서 깼다. 지금은 낯설지만, 실은 수백 년 전엔 일상적인 패턴이었다. 밤의 어둠을 촛불로 몰아낼 수 없듯이, 전등이 등장하기 전 대부분 사람들은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저녁 잠에 들어 자정이나 이른 새벽에 깨어, 한밤 중 산책을 나서곤 했다. 유럽에서도 그랬고 조선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밤 늦게까지 밝은 전등 아래 생활을 할 수 있다 보니, 새벽에 잠에서 깨는 풍습은 사라졌지만, 쉬이 피곤해지는 나이 탓으로 집에 오면 바로 잠을 청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새벽에 깨어 어슬렁거리곤 한다. 오늘 그렇게 잠에서 깨어, 러시아 피아니스트 스바토슬랴프 리흐테르(Sviatoslav Rich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