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9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예정된 전쟁 Destined for War -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지음), 정혜윤(옮김), 세종, 2018년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 투키디데스 인간사를 다루는 철학자, 법학자, 사회과학자들을 내내 괴롭혀온 주범은 바로 그 원인의 복잡성이다. (15쪽) 이 복잡성으로 인해 우리는 문제를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이를 분석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동시에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알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 우연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몰락하고 말 것이다. 인류는 예측..

정치신학 - 주권론에 관한 네 개의 장, 칼 슈미트

정치신학 - 주권론에 관한 네 개의 장칼 슈미트(지음), 김항(옮김), 그린비 1.서양철학사를 여러 권 읽었고 철학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다소 어려웠다. 읽으면서 직장인인 내가 지금 왜 이 책을 읽고 있나 하는 질문을 수시로 하면서, 동시에 조르조 아감벤의 가 왜 그렇게 재미없었는가까지 떠올렸다. 실은 아감벤의 책을 읽기 전에 칼 슈미트를 먼저 읽어야 했다. 그래야 아감벤의 논의를 이해할 수 있다. 조르조 아감벤 뿐만 아니라 칼 슈미트는 현대의 많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학자였다. 발터 벤야민, 하이에크, 루카치, 레오 슈트라우스, 하버마스, 데리다까지. 그만큼 중요한 질문을 던졌고, 정작 칼 슈미트는 (극단적인) 우파적 경향을 가지고 있으나, 도리어 좌파 진영에 더 많은..

왕따의 정치학, 조기숙

왕따의 정치학조기숙(지음), 위즈덤하우스, 2017 정치학이라는 단어가 있어 정치학 이론서라고 오해하기 쉽다. 더구나 아래 동영상을 보면 꽤 전문적인 정치 이론서라는 면모까지 풍긴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이 책은 팟캐스트 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기초로, 조기숙 교수의 개인적인 경험들과 의견(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한 왕따 현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언론사들의 사례들,이해를 돕기 위한 서구 정치사의 변화와 관련된 이론들이 다소 어수선하게 전개되는 대중 정치 서적에 가깝다. 지식인 중에 이명박과 노무현이 다르지 않다며 '노명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최근에는 친박과 친문이 패권주의적이라는 점에서 같다며 반문연대를 지지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흑백을 구분하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Downsizing Democracy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Downsizing Democracy 매튜 A. 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지음), 서복경(옮김), 후마니타스 1. 정치의 중요성 몇 년전부터 정치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일상의 상당 부분이 정치, 정치적 활동, 현실 정치 -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 등으로 인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과 그들이 만드는 모습으로 인해 나라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술자리에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일행 중 한두명은 싫어한다. 더구나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싸우기라도 하게 되면 괜히 꺼냈다는..

문재인과 손수조

문재인에 대해선 말할 것이 별로 없다. 그는 기성 정치인이 아니고(정치에 뜻도 없었던), 끌려간 군대에서 너무 군생활을 잘해 말뚝 박으라는 소리를 들었고, 청와대를 나와 변호사 개업하지 않고 지낸 사람이다. 자신이 몸 담은 정권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돈벌이를 하지 않은 사람이다. 늘 정치권과 거리를 두었던 인물이었으며, 계속 부산에 있었던 사람이다. 강직한 사람이다. 전 대통령의 비극이 없었다면, 지금쯤 부산에서 늘 해왔던 대로 인권 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손수조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 없다. 부산 태생에, 한국의 젊은이들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보고 비난하는 새누리(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건 매우 이질적이지만, 나름 한국 현실 정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정의란 무엇인가, 혹은 낯설고 기묘한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지음), 이창신(옮김), 김영사 이 기묘하고 낯선 책은 무엇인가? 21세기형 출판 마케팅의 승리인가? 아니면 정의(justice)에 굶주린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상징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우연한 유행인가? 이 황당한 베스트셀러는 너무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다. 일반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파할 벤담, 칸트, 롤즈,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이 나오지만, 우스운 것은 그것에 대한 불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세상에 한국에 이토록 많은 고급 독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아니면 나는 그동안 이렇게 많았던 고급 독자들을 무시해왔던 것인가! 하버드 대학 교수 마이클 샌델은 실제의 다양한 사례(..

마키아벨리

퀜틴 스키너(지음), 신현승(옮김), , 시공사, 2001 니콜로 마키아벨리(지음), 강정인(옮김), , 까치, 1994(1판), 2000(9쇄) 최근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르네상스에 대한 찬사가 19세기의 유산임을 알았다. 그간 공부를 하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그 정도로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 매우 많은 의구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르네상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9세기의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편견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된 셈이다. 이런 문예 부흥의 시기에 니콜로 마키아벨리 같은 인물은 다분히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여지기도, 높게 평가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는 공공연하게 '비열한 권모술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

이데올로기의 시대, F.M.왓킨스

이데올로기의 시대 (The Age of Ideology - Political Thought 1750 To The Present) F.M.왓킨스(Watkins) 지음 이홍구 옮김 을유문화사, 1982년 초판 (* 요약 정리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꽤나 유용한 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절반 정도만 정리해두고 난 다음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기 위해 정리된 절반이라도 웹사이트에 올린다. 요즘 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듯한데, 이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할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려면 모더니즘을 확실하게, 체계적으로 이해하듯이 탈 이데올로기를 알려면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0. 최근에 읽은 R.P.Appelbaum의 도 그러했지만, 이 책 Wat..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지음, 후마니타스 주로 읽는 책이 문학, 철학, 예술 중심이라, 이 책은 무척 생소한 종류다. 가끔 읽는 비즈니스 실용서들도 있지만 주로 맥킨지나 부즈앨런해밀턴에서 나오는 리포트들이 많다. 어차피 비즈니스야, 실제 기업의 적용 사례가 중요한 것이니, 원론적인 책 두 세권 읽고 난 다음부터는 case study가 핵심이다. 하지만 정치 서적은 생소하다. 그만큼 정치는 꼴도 보기 싫은 종류의 것이고 술자리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싸움의 발단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독을 권한다. 꼴 보기 싫다고 해서 투표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나라를 떠나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 계획도 세우지 않은 바에는 이 책을 읽어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