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22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 이언 매큐언 Iwan McEwan(지음), 민은영(옮김), 한겨레출판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가 추천한 이언 매큐언의 . 소설을 읽는 내내, 루시디가 추천하는 몇 권의 책 안에 들 정도는 아닌데 하는 생각하지만, 다 읽고 난 다음 그가 왜 이 소설을 왜 추천했는지 알게 된다. 몇몇 이들은 이 소설을 영국의 아동법 등의 여러 법률에 근거한 법과 종교의 문제로 해석하지만, 그건 잘못된 해석이다. 판사가 나오고 소설의 많은 장면들이 법정이거나 법과 관계된 사람들로, 혹은 종교와 관계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이를 법과 종교의 문제, 그 갈등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모든 이들이 탁월한 소설 비평가가 될 것이다. 결국 읽는 이에 따라 소설에 대..

카불의 책장수,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

카불의 책장수 The Bookseller of Kabul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 Asne Seierstad (지음), 권민정(옮김), 아름드리미디어 카불에서의 일상은 참혹하기만 하다. 실은 믿어지지 않고 믿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는 비교적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읽는 독자는 차분해지지도 않고 주관적으로 파악할 수 밖에 없다. 남녀간의 사랑이 금지된 곳이라니. 아니, 남자의 사랑은 있지만 여자의 사랑은 없는 곳이 보다 현실에 근접한 표현일 것이다. A WOMAN'S LOVE is taboo, banned by the prohibition of the honor code of Pashtun life and by religious sentiment...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2015 누구나 자신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을 야만적인 것으로 부른다- 몽테뉴, 중에서 문명과 야만의 경계는 어디일까? 몽테뉴의 말대로 우리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야만일까? 그러나 레비-스토스의 생각은 다른 듯 싶다. "계몽시대의 철학이 인류 역사에 존재한 모든 사회를 비판하며 합리적 사회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다면, 상대주의는 하나의 문화가 권위를 앞세워 다른 문화를 재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을 거부했다. 몽테뉴 이후로, 그의 선례를 따라 많은 철학자가 이런 모순에서 탈출할 출구를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하지만 이 상대주의가 우리의 일상에선 쉽지 않은 일임을 잘..

봄날, 그 하늘거렸던 사랑은,

날 죽이지 말아요. 난 지금 사랑에 빠졌거든요.Don't Kill Me, I'm In Love 그러게, 사랑에 빠진 이를 죽이는 건 아닌 것같다. 하지만 그것이 불륜이라면. 레이몽 라디게의 소설 가 끊임없이 우리를 매혹하는 이유는, 위험한 사랑만큼 진실해보이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위험한 사랑을 했듯, 젊은 날 우리는 모두 금기된 사랑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이 지나고 벚꽃이 피고 가늘기만 한, 얇은 봄바람에도 그녀의 손톱 만한 분홍 꽃이파리가 나부끼는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나는 애상에 잠기지 않, 아닌 못한다. 생계의 위협이란 이런 것이다. 새장 속의 새를 아들은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새 한 마리 사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

2013년 부처님 오신 날 - 국립현충원 호국지장사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신 - 초월적 존재 - 를 부정하지 않으나, 칸트의 생각처럼 우리의 시대는 저 먼 세계와 거대한 단절이 있고 그 사이를 왕래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탓에, 무교에 가까운 나에게 절은 그저 관광지에 지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처님 오신 날, 아내가 절에 가자고 했다. 작년엔 뭘 했나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절이라~ ... 하긴 긴 연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한 나에게 선택지란 없는 걸까. 국립 현충원 안에 제법 큰 절이 있다고 했다. 국립 현충원은 입구만 보았을 뿐이고 그 안의 절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호국지장사' ... 부처님 오신 날이라 사람들로 가득했다. 불심 가득한 신자들도 있었고 믿을만한 것들이 사라지는 21세기 어느 반도의 봄,..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살아야 하는 이유 -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사계절출판사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지음), 송태욱(옮김), 사계절 결국 우리는 각자 자신이 꿈속에서 제조한 폭탄을 껴안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 게 아닐까. 다만 어떤 것을 껴안고 있는지 다른 사람도 모르고 나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다. 나는 내 병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유럽의 전쟁도 아마 어떤 시대부터 계속된 것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우여곡절을 겪어 나갈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계속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다. - 나쓰메 소세키, (산문집) 중에서 강상중 교수의 (사계절, 200..

크리스마스 이브

또 필름이 끊어져버렸다. 매번 다짐을 하지만, ... 결국엔 ... 또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나이가 들수록 허공 속에서 내 기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아진다. 술을 마시는 횟수는 줄면서 말이다. 와인 몇 병을 마셨고, ... 그 맛에 반해 달리고 말았다. 좋은 와인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종교를 믿지 않지만, 종교가 한없이 좋은 의미로 세상에 사용될 때를 아는 탓에, 그 종교를 믿어보기로 하자. Band Aid의 노래다. 영국 팝뮤지션들이 모여 아프리카를 원조하기 위해 불렀던 노래....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이 노래를 떠올린다. LP로도 가지고 있는데...아, 그러고 보니, 내 오래된 오디오를 처리해야 하는데.. ~ 다들 행복한 밤 되시길~. (Band Aid..

화려한 바로크 양식, 멜크 베네틱트 수도원 Melk Abbey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무대가 되는 멜크 수도원은 9만여권의 장서를 가진 도서관을 가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976년 레오폴드 1세(남부 오스트리아의 군주)는 지금의 멜크 수도원 자리에 자신의 성을 지었고 그의 후손들은 이 곳에서 지냈으며, 1089년 레오폴드 2세가 베네딕트 수도회에 성을 주었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은 바로 이 시대부터 시작된다. 12세기 많은 수도사들이 멜크 수도원에서 성경을 옮겨 적으며, 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현재의 멜크 수도원은 18세기 초 Jakob Prandtauer에 의해 새롭게 지어졌다. 이로 멜크 수도원은 중부 유럽의 대표적인 바로크 건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수도원 건축물의 발달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구교의 위기 의식에 기초하고 ..

티치아노의 초상화

Titian. The Young Englishman. c.1540-1545. Oil on canvas. Palazzo Pitti, Galleria Palatina, Florence, Italy 이 오래된 초상화는 16세기에 제작된 초상화들 중에 가장 뛰어난 것들 중의 하나에 속하리라. 16세기 베네치아 최고의 예술가였던 티치아노는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영혼의 숨결까지 담아내는 듯 보인다. 르네상스 시기, 일군의 화가들의 붓에서 시작된 위대한 초상화 양식들은 새로운 시대의 한 획을 그으며, 20세기까지 이어진다. 양식의 변용과 혁신을 거듭하면서. 초상화 양식의 역사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아래 초상화를 보자. 이 흥미로운 초상화는 티치아노가 교황 파울루스..

사탄의 태양 아래, 조르주 베르나노스

사탄의 태양 아래 -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문학과지성사 사탄의 태양 아래 Sous le soleil de Satan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폴 장 툴레가 좋아하던 저녁 시간이다. 이맘때면 지평선이 흐릿해진다. 상아색의 구름 한 떼가 지는 해를 감싸면서 하늘 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노을이 가득 차고, 거대한 고독이 이미 식어버린 채 퍼져나가는 시간이다. 액체성의 침묵으로 가득 찬 지평선 … … 시인이 마음 속에서 삶을 증류하여 은밀한 비밀, 향기롭지만 독을 간직한 비밀을 추출해내던 시간이다.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팔과 입을 가진 사람들이 어렴풋한 어둠 속에서 무리 지어 움직이고 있다. 큰 길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기저기 불빛이 비친다. 시인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