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5

관측, 이영주

관측 이영주 지구의 중력이 인간의 피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피는 심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빛이 폭발하면 별을 볼 수 있다.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곳에 잔뜩 힘주고 서 있는 것이 어둠으로 가는 길이었나. 렌즈 안으로 푸른 숲이 번진다. 수은이 빛나는 의자에서 우리는 노래를 부른다. 가사랑 상관없이 노래를 불러도 되지?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헤어지는 노래를 사랑을 담아 부른다. 뜨끈하고 이상하고 끈끈해. 새벽에 걸어 들어온 수목림 내가 걷는 숲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피가 물들어 있다. 망원경에 입김이 피어오른다. 물큰하게 젖은 잎들이 흔들린다. 자꾸만 이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은 지구에서 흐르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너의 혈액 때문이었나. 붉게 물든 발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인가. 크..

블랙홀

'어쩌면 내일이 지구의 종말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저 끝없는 우주에 어떤 생명체가 있을 지 모르고, 늘 세상은, 이 우주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곳이니, 생명체, 아니 외계인이 있고, 그 외계인이 내일 별안간 침공할 수도 있을 테니.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며, 꽤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한 번 현대물리학에 대해 공부했지만, 이 지구에서 시간과 공간이 하나라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어제 블랙홀 사진을 공개되었다. 20세기 초 그 존재조차 의심스러웠는데, 어제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블랙홀에 대한 것이다. 지구 정도의 행성이 블랙홀이 된다면 1cm 정도의 크기가 된다고 한다. 1cm 정도의 크기인데, 중력은 ..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La Pesanteur et La Grace 시몬 베유 Simone Weil(지음), 윤진(옮김), 이제이북스 신은 오직 부재不在의 형태로 천지만물 속에 존재한다. - 183쪽 나이에 따라 읽는 책, 읽히는 책은 달라진다. 새삼스럽게 지루하던 고전이 재미있어질 수 있고 웃고 열광하던 대중 소설이 식상해질 수도 있다. 이건 책의 탓이 아니다. 나이듦의 신비일 뿐이다. 성당을 다닌 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그렇다고 미사에 쓰이는 모든 기도를 외우는 것도 아니지만, 아주 조금은 시몬느 베유(1909-1943)의 마음을 알 것같기도 하다. 이 책은 세계2차대전, 그야말로 전쟁통에 쓰여진 짧은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존재를 끌어당기는 ‘중력’ 앞에서 신을 향해 상승하려는 ..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에두아르도 푼셋/린 마굴리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 에두아르도 푼셋 & 린 마굴리스 엮음, 김선희 옮김, 최재천 감수/이루 서평을 쓰기 위해 다 읽은 책을 다시 펼쳐 밑줄 그은 곳을 되새기며, 새삼스럽게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실은 좋은 책일수록 서평 쓰기 어렵다. 그렇게 읽은 책 몇 권은 서평을 아예 쓰지 못하거나 한참 지난 후에야 써 올리게 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았고, 서평을 쓴다는 약속을 했다. 재미 있을 것이란 생각에 선뜻 받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책을 받은 후엔 늦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책이기 때문이었다.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런 책에 대한 인위적인(인위적으로 보이게 될) 서평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더구나 좋은 책에 대한 서평 쓰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기에...

전강옥 '중력(Gravity)' 전, 관훈갤러리

중력_Gravity 전강옥(Kang-Ok Jeon),관훈갤러리, 2008.8.6 - 8.12 -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전시 전강옥_멈추어진 시간, 떠 있는 큐브_나무, 추, 케이블 선_74×69×110cm_2005 어쨌든 삶은 지속된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더라도, 자살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통계적으로는 자살 시도 후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어느 통계를 보니, 자살충동을 느낀 사람들 중에서 자살 성공한 사람은 0.087%,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중에서 자살에 이른 사람은 2.15%라고 한다). 즉, 어쨌든 삶은 지속된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이 견고한 세계는 그 위용을 잃어버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