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23

위험한 상견례

위험한 상견례 - 김진영 지금도 이럴까? 하긴 지금은 수도권-비수도권, 그리고 지역마다 지역 이기주의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는 한때 슬프고 비극적이었으나, 이젠 떠올릴 수 있는 추억으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 갈등을 해석하는 걸까. 영화는 유쾌하다. 작고 사소한 소재들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마치 즐거운 순정 만화 같다고 할까.또한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이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로 포지셔닝되었고, 성공한 듯 보인다. 그 뿐이다. 사랑하는 두 남녀를 연결시키기 위한 장치들로만 모든 것들은 이용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재미있지만, 그렇기에 씁쓸하기도 한 영화다. 그 두 지역의 갈등을 경험한 이들에게 있어서는.

파리, 텍사스

며칠 전 잔뜩 술에 취해 들어와, 라이 쿠더의 '파리, 텍사스' OST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으나, 슬픈 기분만은 어쩌지 못했다. 강해지려고 하지만, 늦가을 바람 앞에 나는 늘 맥없이 무너진다. 오랜만에 흔들리는 마음 한 자락을 느꼈으나, ... ... 나를 위로하는 건 늘, 낡고 오래된 LP와 일제 턴테이블이었다. 한동안 영화에 미쳐 살던 시절이 있었고 그 때 내가 사랑하는 몇몇 영화들 중의 하나,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 조각난 가정에 대한 회복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내가 보는 건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정처없는 방황과 구원, 사랑했던 한 순간에 대한 추억들이었다. 추억, 어쩌면 그건 우리에 남은 마지막 위안거리일 지도 모른다.

misc - 2006. 04. 16

마산 창동거리에서 어시장 쪽으로 내려오는 길, 동성동인가, 남성동 어디쯤 있었던 레코드점에 들어가 구한 음반이 쳇 베이커였다. 그게 94년 가을이거나 그 이듬해 봄이었을 게다. 그 때 우연히 구한 LP로 인해 나는 재즈에 빠져들고 있었고 수중에 조금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곧장 음반가게로 가선 음반을 사곤 했다. 어제 종일 쳇 베이커 시디를 틀어놓고 방 안을 뒹굴었다. 뒹굴거리면서 스물두 살이 되기 전 세 번 정도 손목을 그었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치열함이라든가 진정성 같은 거라든가. 스무살 가득 나를 아프게 했던 이들 탓일까. 아직까지 인생이 어떤 무늬와 질감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아무 것도 모르겠다. 문학도, 예술도 마찬가지다. 이집트 예술가의 진정성과 현대 예술가의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