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 3

철학의 선택, 조중걸

철학의 선택조중걸(지음), 지혜정원 관습은 삶의 길잡이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대expectation’을 의미하지 필연necessity을 의미하지는 않는다.(104쪽) 1.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했지만, 그동안 읽지 못했다. 읽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방해 받지 않고 독서에 집중할 시간도, 장소도, 여유도 없었다(바쁜 직장인의 삶이란!). 띄엄띄엄 읽어도 되는 책이야 지하철 안에서, 출근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읽을 책도,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읽으면서 밑줄도 긋고 노트를 하며 심지어 읽던 부분을 두 세번 읽어야 한다. 한 번은 감동하면서 한 번은 다시 되새기기 위해서. 이젠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같은 단어를 일상 대화에서 ..

혼술과 커피에 대한 실존적 고찰

매일 아침 저녁, 또는 시간 날 때마다 일기를 쓴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그냥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과 종교적 기원을 적는다. 오늘 하루가 어떤 일들로 구성되었는지 적지 않는다. 그걸 적으려고 보니, 너무 길어질 것같기도 하고 그럴 정신적 에너지도 남지 않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작은 나이다. 앞으로 그 비율은 더 심해질 것이다. 딱히 지혜나 통찰을 가지지도 못했고, 그나마 있던 지식이나 상식도 얇게 스쳐가는 바람에 휘익 쓸려 날아가고 있는 늦겨울, 혹은 초봄이다. 낯선 이들과 교류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젊은 이들과 술을 마시거나 대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감수성이 무뎌지거나 슬픔이 덜 하거나 쓸쓸함이나 고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외면할 뿐. 다시..

불안의 개념, 쇠렌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 쇠렌 키에르케고르 지음/한길사쇠렌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Begrebet Angest)』, 임규정 옮김, 한길사, 1999.비트겐슈타인이 키에르케고르를 두고 ‘진실로 종교적’이며, 자기에겐 ‘너무 심오하다’라고 말했을 때, 여기에서 우리는 키에르케고르의 철학 세계의 한 단면을 알아차릴 수 있다. 키에르케고르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 언제나 ‘신앙’이었고 그 신앙으로 자신이 구원되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 그가 ‘확신과 내면성은 사실상 주체성이다’(p. 365)라고 말했을 때 난 이미 확신과 내면성을 내 속에서 몰아내고 있었으며, 그가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이다’(p. 397)라고 말했을 때 난 불안을 앞에 두고 ‘고개 돌리기’와 ‘눈감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