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7

배움에 관하여, 강남순

배움에 관하여 -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 강남순(지음), 동녘, 2017 "두려움과 떨림으로 당신 자신의 구원을 끊임없이 이루어 내십시오. Work out your salvation with fear and trembling" - 빌리보서 2장 12절- 키아케고르, 중에서 얼마 전 '인문학 유행과 인문학적 사고'라는 짧은 포스팅 하나를 올렸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인용된 강남순 교수의 글이 상당히 시사적이라 올린 포스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읽기 전에는 딱딱하고 건조한 이론서로 생각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짧은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었다. 하지만 짧은 글이라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인문학적인 통찰이 묻어났다. 다양한 학자들을 인용하였으며,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

마사 퀘스트, 도리스 레싱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지음, , 나영균 옮김, 민음사, 1981년 초판 마사 퀘스트 - 도리스 레싱 지음, 나영균 옮김/민음사 1981년도에 출판된 책이라, 노랗게 변한 책만 펼치면 종이가 세월 먹는 향이 코 끝에 닿는다. 요즘에는 보기 드물게 책의 뒷 표지에는 레싱의 옆얼굴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어디에서 구한 것일까.) 지금은 구할 수 없는 민음사 이데아 총서의 세 번째 권. 오래 전에 번역된 소설들이 최근 번역되는 소설들, 가령 파올로 코엘류의 작품들이나 같은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시작은 꽤 흥미진진한 문장들로 시작한다. 가령 이런 문장들. 그러는 동안에도 마사는 불행한 사춘기의 고통을 맛보며 나무밑 긴 풀밭에 누워서 ‘어..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Wild Sargasso Sea

진 리스(Jean Rhys),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Wild Sargasso Sea) 윤정길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38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그래, 이제 모든 것은 끝이 났다. 전진과 후퇴도, 의심도 주저도, 좋든 나쁘든 간에, 어쨌든 모든 것은 끝이 난 거다. 우리는 세찬 비를 피하느라 커다란 망고나무 밑에 서있었다. 나, 내 아내, 그리고 혼혈 하인 아멜리. 우리의 짐은 굵은 마직포를 덮은 패 다른 나무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99쪽 소설은 짧고, 고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맥이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마치 19세기 에밀 졸라의 실험소설들과 20세기 초 의식의 흐름 소설을 묶어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풍경을 뒤로 하..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성주의 소설 -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Woman on the Edge of Time), 마지 피어시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 마지 피어시 지음, 변용란 옮김/민음사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Woman on the Edge of Time 1권, 2권 마지 피어시 Marge Piercy 지음, 변용란 옮김 민음사 모던 클래식 031, 032 1. 이 책은 민음사 홍보기획부의 정은년 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그것이 작년 여름(8월)이니, 벌써 몇 달이 지난 것인가! 책은 완독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책을 받고 몇 달은 밀린 책 읽기에 여념 없었고 그 이후에도 이 소설 읽기는 어수선한 일상의 삶에 의해 방해 받았다. 겨우 소설을 다 읽었지만, 그 이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렇게 서평을 올린다. 이 소설에 대한 서평은 자신 없고 깊이를 가지기엔 내가 아는 지식도 부족하고 여러 문헌을 뒤져가며 연구할 만..

부영사, 마르그리트 뒤라스

부영사 -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정우사 부영사 마르그리트 뒤라스. 민음사. 1984. (민음사 이데아 총서 중 한 권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계절풍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 (98쪽) 그들은 계절풍 속에 있다. 그런데 그들은, 혹은 그녀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어떤 행동을,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난 그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혹은 계절풍 속에서, 끊어질 듯 이어가던 서사(narrative)의 가느다란 숨소리를 놓치고 말았다. 그 ‘놓침의 독서’는 나의 기억 속에 몇 개의 이름만을, 몇 명의 존재만을 남겨놓았을 뿐이다. 그, 그녀, 그, 그녀, 그, 그, ...... 그와 그 사이, 그와 그녀 사이, 그녀와 그녀 사이, 그녀와 그녀 사이,..

루이스 부르주아: 추상 展 - LOUIS BOURGEOIS : Abstraction

LOUIS BOURGEOIS : Abstraction (루이스 부르주아: 추상) A P R I L 2 0 - J U N E 2 9, KUKJE GALLERY 나는 그녀의 상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았지만, 그녀의 상처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겠다. 그녀의 작품은 무미건조한 물음표에 가까웠고, 그녀를 향한 찬사와 열광이 되레 이상하게 여겨졌다. 결국 그녀 작품에 대한 비평을 찾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는 그녀 작품들. 내가 남성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나보다 훨씬 더 건강해서 그런 것일까. 읽어도 선뜻 그녀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가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녀는 매우 건강해서 병적인 나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녀가 관심을 가졌다는 기하학에서 영향 받았다..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버지니아 울프

, 버지니아 울프(지음), 정덕애(옮김), 솔, 1996년 문학비평가들이 쓴 문학에세이들 대부분이 그들이 가진 편협한 이론적 시야에 갇혀 일방적인 해석의 늪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잘못된 방식으로 해석하고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은 반면, 작가들이 쓰는 에세이는 적어도 작품이나 작가를 진실된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때로 더 뛰어난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 산문집 또한 그러하다. 19세기, 20세기 영국 문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도 그녀의 문장은 독자를 배려하며 독자의 눈길 앞에 순결한 그 하얀 살결을 드러내며 초봄의 햇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위장(僞裝)이 너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공손함이 너무나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통과 의식을 던져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