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티쉐드 6

책상 위 풍경, 1월 17일 일요일

나이가 들수록 책 읽기가 편해진다. 이해하는 폭이나 깊이가 달라진다. 트레챠코프Tretyakov의 바이올린은 탁월했고(무척 정직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포티쉐드Portishead는 언제나 나만의 베스트. 예전 부즈앤해밀턴(지금은 PWC에 합쳐진)에서 나오던 잡지가 이젠 종이로는 나오지 않고 디지털로만 출간된다. 매년 말이면 그 해 최고의 비즈니스책을 선정해 리뷰를 해주는데, 상당히 좋다. 여기에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은 1~2년 안에 번역 출간된다. 은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적들 중의 한 권이었고.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는 순간, 우리는

벨앤세바스티안 신보를 사지 않은 지도 ... 몇 년이 지났다.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는 순간, 우리는 늙어간다. 락을 들은 지도, 몸을 흔든지도, 맥주병을 들고 술집 안을 이리저리 배회한 지도 참 오래 되었다. 시를 외워 사람들에게 읊어준 지도, 새로 나온 소설에 대해 지독한 악평을 한 지도, "그래, 세상은 원래 엉망이었어"라며 소리지르곤 세상과 싸울 각오를 다진 지는 더 오래 되었다. 이 노래 들은 지도 참 오래 되었구나. 포티쉐드다! 중간에 베스 기븐스가 담배 피우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압권!

비 오는 화요일 새벽

지난 회사에서도 월요일이면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 회사도 월요일이면 정신이 없다. 오늘은 종일 회의를 했고 여기 저기 제안서와 견적서를, 현재 품질에 문제가 생긴 프로젝트의 이슈 보고서를, 내일 예정된 주간 미팅의 변경과 신규 미팅 요청 등을 하고 나니, ... 벌써 새벽 2시다. 끝나지 않는 일 마냥 내 생활도 윤택해지고 사랑스러워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머물 뿐. 장마 비 오는 화요일 새벽, 포티쉐드의 음악을 듣는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맥주 마신 것도 수 년이 지났다. 그 때라면, 새벽 퇴근길에 맥주 한 잔 할 공간이, 같이 마실 사람이 있었는데 ... ...

지름신의 정기 방문

일종의 습관처럼 굳어진 음반과 도서 구매. 독서계획을 수립한 이후, 체계적으로 독서에 일정 시간 이상 할애하고 있지만, 역시 아직까지 구입하는 도서가 읽는 도서보다 많다. 구입 도서를 계속 줄여나갈 생각이지만, 과연 뜻대로 될 진 미지수다. 포티쉐드. 내가 왜 이 밴드를 그동안 몰랐던 걸까. 결국 알라딘으로 포티쉐드의 명반 "Dummy" LP를 주문했다. 아, 오늘 밤엔 이 음반을 들을 수 있다. 어디 이걸 LP 상태로 들을 수 있는 단골 바가 있으면 좋을 텐데... 구입한 책들이다. 역시 기대되는 책은 데이비드 린치의 "빨간 방"이다. 서점에서 여러 차례 보았으나, 사지 않고 있다가, 최근의 규칙적인 생활이 내 상상력을 건조하게 하는 듯하게 만드는 듯하여,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 외 구입한 책들을 ..

무너지는 더위

한 점 바람이 그리운 계절이 밀려왔다. 때이른 더위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서 있으면 구두 밑창이 녹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내 인생도 녹았으면 좋겠다. 생의 열기에 녹아 사라졌으면 좋겠다. 기화되어 저 먼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갔으면 좋겠다. 낯선 더위 속에서, 문득 내 인생이 참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 낯설음은 버터플라이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규모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이라도 봐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