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 5

난리블루스

IDC 내의 부분적인 화재로 서비스가 이렇게 오래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서버가 다 불탄 것도 아니고 그냥 전원만 내려간 것이니, 다시 전원을 공급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을 텐데,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서버가 내려가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그 중 하나가 전원이니, 전원이 들어오면 서비스가 금방 정상화될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 시스템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시스템 이중화라든가, 물리적으로 분리된(위치가 다른) 동일한 시스템으로 백업하기도 하니. 그것을 이것을 DR이라고 한다. 경영의 관점에서 DR는 정말 순수한 비용이다. 비상사태가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DR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번과 같은..

misc. 2021.07.25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냥, 살짝 가슴 떨리며, 내일로 미루어버렸다, 집에서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오후 내내 잠만 잤다, 이 더위 속에서. 뒤늦게 일어나 중국집에 저녁을 시키곤 바닥에 누웠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이 없었을 땐, 뭘 들고 누웠을까. 특별함이 없는 일상 속에서 뭔가 특별함을 바라는 게 이상한 일이다. 회사 일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고 내 머리나 가슴도, 아무렇지 않게 식어간다.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 지난 프로젝트에선 두 명의 직원이 회사를 그만 두었고 한 명의 프리랜서는 일을 대강 하고 그만 두었다. 고객사로부터는 인정을 받았지만, 나도 그렇고 참여한..

우울한 피곤,들 너머의 피로사회

한병철의 를 읽고 난 다음, 그의 책들을 몇 권 더 샀으나, 아직 읽지 못했다. 한병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그가 철학자가 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다음, 한참 지난 뒤까지 나는 직장인을 거부했다. 작가나 예술가라는 틀도 싫었다. 꿈을 꾸긴 했으나, 그 꿈을 명료화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 몸에서, 내 마음에서 용기가 빠져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갑작스럽게 피었다가 졌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준비하지 않는 봄을 맞이한 내 마음은 정처없이 떠돌기만 했다. 그걸 잊으려 야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상당히 피곤하다, 우울하다. 우리는 준비한다고 노력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준비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준비해야 ..

카테고리 없음 2021.04.15

뭉크와 나

Beach Landscape, Edvard Munch, 1889(출처: bofransson.tumblr.com) 모니카 봄 두첸의 책 을 다 읽은 것이 2주 전이고 간단하게 리뷰를 올린 것은 지난 일요일이다. 몇몇 작품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그걸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최근 올라가는 글들 대부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그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흔적마저 내 기억에서 사라질 책과 그림에 대한 단상들을 메모해두는 용도랄까. 고료를 받고 쓰는 글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전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나는 전업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 올리는 글들은 종종 아주 형편 없다. 어제 퇴근길, 바람 속에서 글 제목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나 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