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5

두 개의 문장, 혹은 시뮬라크르로서의 세계

새벽에 잠을 깼다. 메일을 확인하고 앞날에 대한 걱정을 잠시 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만 늘어난다. 이 시대 탓인가, 아니면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건가, 내가 유독 그런 건가, 이런 잡념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잡은 책이 조중걸의 다. 나에겐 일종의 복습이고 반복이 되겠지만, 돌이켜보니, 서양미술의 역사에 빠져 공부하던 시절이 행복했음을 깨닫는다.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조중걸저 | 한권의책 | 2013.03.04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아리스토텔레스가 군사전문가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를 '불구'라고 조롱하면서 전인적 인간을 이상으로 삼고, 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다윈Charles Robert Darwin과 헉슬리Thomas Henry Huxle..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 엠마누엘 레비나스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 -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박규현 옮김/동문선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의 내 위치가 올라갈수록 개인 시간을 만들기란 참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특히 돈벌이와 무관한, 개인적 시간은 가족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임을. 그 중 하나가 책을 읽고 난 다음 짧은 서평을 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읽은 몇 권의 책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쓰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쓰게 된다면, 적어도 그 책에 대한 찬사가 되어야 하고, 그 찬사가 그 책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마누엘 레비나스의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책이다. 레비나스는 오래 동안 블랑쇼와의 깊은 우정을 통해 그의 ..

예술의 죽음에 대한 소고 - 칼스턴 해리스

아래 글은 예일대 칼스턴 해리스 교수가 2000년 월간미술에 기고한 글이다. 독자들에게 현대 미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도울 수 있는 좋은 글이 될 것이다. 칼스턴 해리스 교수는 국내에서는 '현대 미술, 그 철학적 의미'(서광사)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의 가치에 비해 널리 알려진 책은 아니지만, 현대 미술에 대해 인문학적 견지에서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내가 강권하는 책이다. 나 또한 이 책 이후로 현대 미술에 대한 뚜렷한 시각이 생겼을 정도이니까. 현대미술 K. 해리스 저/오병남,최연희 공역 월간미술 2000.2 특별기고 세 번째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본지에서는 지난 호에 미술계의 주요 담론인 ‘예술의 죽음’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호에는 예일대에서 예술철학을 강의..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박찬국(지음)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 박찬국 지음/동녘 박찬국(지음), , 동녘, 2004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느낄 틈도 없이 쫓겨 다니는 현대의 직장인에게 하이데거의 철학은 사치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하이데거에게 만한 텍스트도 없었을 것이고 그만큼 현대인이 당면한 근본적인 질문을 잘 드러내준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반 일리치이지 않은가. 이반 일리치로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하이데거의 철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이데거가 현대 문명에 대해 끔찍한 생각을 했다면, 나는 도리어 하이데거의 철학을 알게 되면서 끔찍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의 문제는 철학으로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실천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