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소리 없이 다가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내 정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종일 책상에 앉아있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그저 불안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번 생은 어딘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만 떠오른다. 불안에 대해서 최악의 처방전만 있다. 그것은 고개 돌리기, 외면하기, 회피하기, 도망가기, 망각하기. 서울시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근처로 나왔다. 가을 저녁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들은 연신 브레이크를 잡으며 자신의 자전거 타기 실력을 뽐내고 한강대교까지 가는 동안 동네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이 근처에서 산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구나. 보통은 여의도 한강 시민 공원까지 가든지, 동작대교를 지나 반포대교 남단까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