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겹쳤다. 결국 감행했다. 그리고 책을 버렸다. 백 권 넘는 책들을 버렸다. 어떤 책은 지금 구할 수 없는 것이고 어떤 책은 지금 읽어도 흥미진진한 것이다. 책마다 사연이 있고 내 손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주인집 할머니의, 폐기물 사업을 하는 지인이 가지고 가기로 하였으나, 몇 주 동안 그대로 있길래 동네 헌책방 아저씨를 불렀다. 아침 일찍 아저씨는 작은 자동차를 끌고 와서 책을 살펴보았다. 권당 만원씩으로만 따져도 백만원치였지만, 아저씨는 나에게 삼만원을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요즘에도 이렇게 책을 읽는 이가 있구나 하는 혼잣말을 했다. 그 옆에 서서 삼만원을 들고 서 있던 나... 버릴 예정이었으니, 삼만원도 큰 돈이다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일이 너무 많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