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7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지음), 송태욱(옮김), 자음과모음 재미있게 읽었다. 의외로 금방 읽을 수 있다. 일본 학자의 책들은 의외로 쉽고 명쾌하게 읽힌다. 가라타니 고진도 마찬가지이고 사사키 아타루도 그렇다. 이와 반대로 한국 학자들의 책은 상당히 어렵고 난해하며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나조차 어렵다. 실은 쉽게 씌여진 책은 너무 뻔한 이야기만 적고 있어 시간이 아깝고 깊이를 가진 듯한 책은 이 학자는 자신도 알고 쓴 것일까, 그 스스로도 이 단어나 이 개념을 제대로 알고 쓴 것일까 되묻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한국 학자가 쓴 책에는 손을 대지 않고 번역서에만 손이 갔다. 다만 이건 내가 한창 공부할 때이니, 지금 나오는 책은 어떤지 잘 모른다. 최근 읽은..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 - 예술: 치유와 혁명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 (1921 - 1986) 요셉 보이스를 조금 안다고 여겼는데, 나는 전혀 그를 모르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분명히 봤을텐데, 그 기억은 나지 않고 작품 스틸 이미지만 머리에 맴돌 뿐이다. Joseph Beuys. 1976년 출처: http://uk.phaidon.com/agenda/art/articles/2014/march/03/why-joseph-beuys-and-his-dead-hare-live-on/ 그의 예술 세계는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치유와 회복, 특정 매체에 대한 집중, 은유, 알레고리, 예술과 삶,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진취적 모험에까지 이른다. 심지어 그는 실제 정치 활동까지 한다. 이런 다양성 밑에..

시간은 흐르고 봄은 올 것인가

자기 전 PD수첩을 통해 아랍 민주화 혁명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트위터를 통해 국내의 모 방송사에서는 리비아 시위대를 폭도로 표현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어떤 이들은 1987년의 서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 지금 이 세상이 어수선하지만, 그리고 그 어수선함 속에 깊은 슬픔도 숨어있지만, 분명 어떤 미래를 이렇게 시작되기도 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한참 뒤 나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을 생각해본다. 놀람과 경악, 당황스러움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언론은 너무 조용하다. 연예 기사 읽을 시간도 없는데, 누가 정치, 사회 기사를 클릭해서 읽을까.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고 있다. 실은 주변을 돌아볼 겨..

전태일 평전, 조영래

전태일 평전 - 조영래 지음/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전태일 평전 조영래(지음), 아름다운전태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십 수년 전, 그 시절이. 그 때나 지금이나 첨예한 현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문제적 텍스트. 무수한 사람들에 의해 읽혀졌으나, 우리의 현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아마 누군가(들)는 나아졌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예전의 그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그대로 남아있고, 변하는 세월 속에 그 문제에서 파생된 새로운 문제들은 끊임없이 생겨나, 나아졌다고 이야기할 때의 그 ‘나아지다’라는 동사의 의미에 대해 계속 되묻게 되는 2010년의 가을. 실은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도 필요 없고,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사상 따위도 필요 없다. 그런 건 그 다음의 문제다. 그냥 인..

보수적 문화사가로서의 부르크하르트

혁명 시대의 역사 서문 외 야콥 부르크하르트 지음, 최성철 옮김, 책세상 이 책은 역사학자이자 문화사학자인 야콥 크리스토프 부르크하르트Jacob Christoph Burckhardt(1818~1897)의 글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부르크하르트는 역사학자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르네상스Renaissance’로 더 알려진 학자일 것이다. (여기에서 ‘일반인’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그리스 문화사 서문’, ‘여행 안내서의 16세기 회화 중에서’, ‘혁명시대의 역사 서문’, ‘세계사적 고찰 서문’ 등이 실린 이 책은 부르크하르트의 학문적 태도에 대해 알 수 있기에 매우 유용하다. 문화사는 과거 인류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존재했고, 원했고, 생각했고, 관찰했고, 할 수 있었는지..

라틴아메리카거장전, 덕수궁미술관

사람들은 라틴 아메리카라고 하면 어떤 것을 떠올릴까? 축구? 삼바축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보사노바? 탱고? 하긴 나는 디에고 리베라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떠올리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부터 이후 19세기 초까지 라틴 아메리카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였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까지 그 식민 시대의 재판(再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래 인용문을 한 번 읽어보자. 에스파냐의 ‘인디아스’(아메리카) 통상부 기록에 따르면, 1503-1660년 동안 금 18만 5천kg과 은 1천 6백만kg이 ‘인디아스’로부터 유입되었다. 황무지에 가깝던 포토시(Potosi, 현재 볼리비아 소재)는 대규모 은(銀) 광산이 발견된 ..

生은 다른 곳에, 밀란 쿤데라

생은 다른 곳에 -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까치글방 生은 다른 곳에 밀란 쿤데라(지음), 안정효(옮김), 까치 이 소설은 ‘봄을 사랑하는 남자’ 뿐 아니라 ‘봄의 사랑을 받는 남자’라는 의미도 되는 야로밀(Jaromil)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것일 뿐. 이 소설은 젊음과 그 젊음이 염원하고 갈구하는 혁명에 대한 알레고리이며 모호한 관찰이며, 작가와 허구적 목소리의 뒤섞임이다. ‘생은 다른 곳에’. 프랑스 학생들이 소르본느의 벽에다 이렇게 낙서를 했다. (… …) 그 까닭은 참된 삶이 다른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길바닥에 깐 돌들을 뜯어내고, 자동차들을 뒤집어엎고, 바리케이드를 일으켜 세우며, 그들이 세상에 등장하는 방법은 시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