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 10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10cm*300cm, 1972년도 작품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그리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건 동성 연인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인상주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동성 연인과의 헤어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회화와 사진 사이를 오가며 원근법에 대한 회화적 고찰을 이어나간 작품이기도 하다. 전자의 측면에서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며, 후자의 측면에서 인상주의자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작품인 셈이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상주의가 사진이 가지는 환영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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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은 되었을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한밤 중, 퇴근 후 마신 술이 부족해, 집에 들어와 마트에서 사다놓은 위스키를 꺼내 한 두 잔 들이키다가 그냥 취해버렸다. 아마 취한 내 마음과 달리 내 귀는 이브 몽땅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뻐했을 것이다. 수백장의 음반을 놔두고도 듣지 못하는 요즘 내 신세를 보면, 뭐랄까, 음악을 듣는 것도 젊은 날의 사치같다. 지금은 그저 추억. 최근엔 몰트 위스키에 빠졌다. 와인에 빠졌다가 이젠 위스키로 넘어가는 중이다. 나이 탓도 있겠다. 아니면 더위 때문인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보면서, 역시 호크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평면과 입체를 교묘하게 섞어놓으면서 그 사이를 응시하는 관객에게 도리어 묻는다. 너는 지금 무엇을 ..

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마틴 게이퍼드(지음)

다시, 그림이다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지음), 주은정(옮김), 디자인하우스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가 지난 10년 간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나눈 대화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은 , 한국 번역서의 제목은 Mr and Mrs Clark and PercyAcrylic on canvas, 1970-1971305 cm × 213 cm, Acrylic on canvas, Tate Gallery, London 데이비드 호크니? 이 글을 읽는 이에게 데이비드 호크니를 설명해야 하나? 먼저 그는 화가다. 생존해 있는 영국 최고의 화가이며, 평단, 예술가, 화상 등을 가리지 않고 최고로 인정하는..

마르네 강둑에서의 일요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르네 강둑에서', 1938 "언젠가 그(카르티에 브레송)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은 새로운 형태의 드로잉이며 미술이고 예술이다. 이는 브레송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열정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다시 말해서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향한 것이다. 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94년 2월 8일. 앙리..

주말의 (이미 죽은) 보르헤스 氏

나이가 한참 든 독신자에게 사랑의 도래는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 선물이다. 기적은 조건을 제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 '울리카' 중에서, 보르헤스 새삼스럽게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긴다. 무표정한 행인들의 얼굴 밑으로 주체할 수 없는 표정들의 집합체를 읽어낸다. 실은 내 얼굴도 그렇다. 주말 동안 틈틈히 보르헤스의 을 읽었다. 정확하게 보르헤스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은 건 대학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 속담 중에 '회화는 나이 든 사람의 예술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데이비드 호크니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지만, 나는 '위대한 소설은 나이 든 이들의 위안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문득 집에서 내 마음대로 문을 잠그고 혼자 있는 공간이 화장실 밖에 없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슬펐고 놀랍도록 기뻤다. 이렇..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David Hockney Bigger Trees Near Warter2013. 9. 3 - 2014. 2. 28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과천 국립 현대미술관 (각 나라의 국립미술관끼리는 소장 작품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협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료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작품을 전시하는 비용보다 작품 운송/전시 과정에 들어가는 보험료가 더 비싸 한국의 국립 미술관들은 이런 협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전시를 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보험료를 내기 위해 국립 미술관의 예산을 늘여야 된다고 이야기하면 아마 난리가 나겠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기만 하고, 결국 공공을 위해 존재하는 국공립 예술 기관들이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

데이비드 호크니의 풍경화

올해 초 데이비드 호크니는 조수를 써서 작업을 하는 데미안 허스트를 비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며칠 뒤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부정하는 기사가 다시 나오긴 했지만, 작업을 예술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는 마치 영화 제작 현장의 감독 역할을 하고 많은 기술자들이 예술가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설치 미술이 주류가 된 현대 미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작품의 스케일이나 제작 방식이 달라지다 보니, 예술가 혼자 작업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는 여전히 그림을 그린다. 며칠 전 그의 생일이었고 영국의 사치 갤러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아래의 사진이 올라왔다. 그는 숲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가 이런 식으로 그린 작품은 ..

지쳐가는 오후, 몇 장의 사진

일어나자마자 목과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결국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몇 주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목감기까지 걸려버리는 바람에, 몸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이런 육체적 고통이 혼자 사는 이에게 주는 비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없었다면, 아마 자포자기 상태로 급격하게 무너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의원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환자를 대한 여자 한의사는 나에게 한 8주 정도 다니면서 한약도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지만, 바로 결정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삼성동 사무실에 왔다. 토요일 88도로는 꽉 막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버스는 시원스럽게 달렸다. 사무실에 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 by David Hockney 데이빗 호크니

'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 1966 David Hockney (born 1937) Acrylic on canvas, 152 x 152cm Peter Schlesinger. 이 때 나이 19살. 이 당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애인(lover). 이 때 호크니의 나이 30대 초반. 원래 피터가 알몸으로 차에 기대고 있는 사진을 보고 이 작품을 그린 것이다. 19살 사내의 알몸을 보면서 호크니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웠던 우리 젊은 날의 그 시절, 그 한 때'를 떠올렸는데, 이런 내 생각이 정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이들이 미국의 팝아트의 영향권 아래에 데이비드 호크니를 위치시키는데,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