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2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야만적인 앨리스씨황정은(지음), 문학동네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했거나 겪었던 많은 일들이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매우 비합리적이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임을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으로 인해, 이 사회가 더 나아진 것인지 알 턱 없지만 말이다. 그 땐 몰랐다가 지금 알게 되었으니, 더 나아진 것일까. 도리어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예전보다 좋아진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좋고 바람직한 변화가 있다면 그렇지 못한 변화가 있고, 그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들로 인해 세상은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했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이 소설은 뭐랄까, 상당히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우리 세대들이 공유하는 경험들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것에 저항하지만, 언제나 중간에 그만두거나 ..

아무도 아닌, 황정은

아무도 아닌 황정은, 문학동네, 2016년 읽으면서 참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 세상은 소설가 황정은이 그리는 세상보다 더 끔찍하지 않은가. 언젠가 김서령의 소설집을 이야기하면서 한결같이 가난하거나 불행하거나 다 죽는다며 불평을 했다. 황정은의 이 소설집이 그런 식은 아니지만, 김서령의 소설들보다 더 끔찍하고 어둡다는 기분이 드는 건 황정은 특유의 문장 때문이리라(아니면 저 변하지 않는 세상 때문일지도). 무미건조하고 애정이 없는 문체(문장), 툭툭 던지듯이 서술되지만, 그 밑으로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숨어 흘러간다. 그러나 그 간절함은 오래된 지하수처럼 무겁고 차가우며 얼음장 같은 냉기와 함께 순간순간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일까, 그 안타까운 간절함마저 이야기 속에서 얼어 독자의 발 앞에 떨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