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6

루브르의 그뢰즈

로코코 시대의 성적인 메타포가 가득찬 작품을 어수선한 루브르 미술관 안에서 보았을 때, 대단한 감동이 밀려들진 않았다. 다만 책에서 보던 어떤 작품을 실제 보았다는 것 뿐. 장 밥티스트 그뢰즈는 18세기 시민-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한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충실히 18세기 로코코적 여성들을 그렸다. 볼은 홍조를 띄고 창백한 피부와 마른 듯한 몸매에 성적인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현실적인(정치-경제적인) 고통과 육체적 쾌락을 대비시켰다. 하지만 루브르에서 위 작품을 보고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걸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소녀는 깨진 항아리 탓에 치마 가득 꽃을 들고 있다. 이 흥미로운 배치로 인해, 이 작품은 노골적인 로코코적 취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요..

로코코 예술

* 2004년에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로코로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크와 로코코 바로크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양식이었다. 바로크의 웅장하고 거대한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것이지 개신교와 시민계급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화가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이도 자기 과시적이며 은근히 귀족과 경쟁하는 구도로 발전한 양식이라는 점에서 카톨릭적이며 궁정적 바로크와 동일한 예술 의욕(kunstwollen)을 가진다. 즉 바로크는 귀족과 돈 많은 시민계급을 위한 양식이었다. 그리고 17세기 네덜란드는 당시 유럽의 패권국가였다. 이런 점에서 로코코는 분명 바로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대체로 로코코는 귀족의 양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데카..

Young Woman in a White Hat, 그뢰즈

Young Woman in a White Hat about 1780 Oil on canvas 22 3/8 x 18 1/4 in. (46.8 x 46.5 cm) 전형적인 로코코 양식의 작품이다. 화사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저 여인의 양볼을 감싸고 도는 붉은 빛은 로코코 시대가 가졌던 풍요로움과 우울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듯 하다. 매력적이다. ------ 그뢰즈의 작품이다. 그뢰즈는 18세기 계몽주의를 대변하는 화가들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그도 로코코의 그늘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18세기의 시대는 로코코(몰락해가는 귀족들의 세계가 중심인), 계몽주의(상승하는 부르조아지와 지식들의 사상, 그리고 중상주의(자본주의))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뢰즈는 보기 드물게 이 둘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지나간 미래,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나간 미래 -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 한철 옮김/문학동네 지나간 미래 Vergangene Zukunft 라인하르트 코젤렉 Reinhart Koselleck 지음, 한철 옮김, 문학동네 겨우 이 책을 다 읽었다. 대중 교양서라고 하기엔 너무 전문적이고 그렇다고 손을 놓기에는 너무 흥미진진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이라는 방대한 사전의 편집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그리 유명해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몇 달 동안 이 책을 잡고 있었는데, 읽고 난 다음 느낀 바를 크게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역사 서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 실제 경험한 사실, 목격자의 증언, 또는 사료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역사 서술은 ‘서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