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느날 갑자기

지하련 2009. 10. 18. 11:43


어느날 갑자기 보니, 내 자리가 이상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돌이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난 뒤였다. 사람들은 떠나, 없었고, 늦가을 마지막 잎새처럼 상처가 나풀거렸다.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그런 사람이 되지도 못하고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뒤늦게 철이 든 것이다.




어느 새 가을이다. 가을이 왔다는 이야기를 대기로부터 전해 듣지 못한 탓에, 혼자 반팔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시간은 무서운 속도로 전진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구름이 있다는 것. 그래서 구름 뒤에 숨을 가능성이 0.1% 이하이겠지만, 그래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