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 Creed
현대미술(contemporary art)는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전을 추천한다.
2001년 그가 터너상을 받았을 때도, 한 쪽 세상은 그의 수상에 열광했으나, 한 쪽 세상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이 점에서 터너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며, 터너상은 은근히 이를 즐기는 듯하다.
아트선재센터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틴 크리드는 내게 그리 감동적이지 못했다. 도리어 불편했고 마틴 크리드의 조롱과 장난은 도가 지나쳐 보였다. 기하학적이나 규칙적이지도 않았고 그저 최소한의 작업만으로 보는 이들에게 ‘이건 뭘까?’라는 의문을 들게 만드는 정도에서 그쳤다. 이 점에서 그는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갈 데까지 간 현대 미술의 약점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미니멀리스트이지만, 비트겐슈타인적 지평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분위기일 뿐이다. 마치 떠도는 기표처럼, 의미가 부재하는 공간처럼, 툭툭 던져놓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선문답처럼 정교하거나 함축적이지도 않다. 그가 놀라운 것은 어떻게 정교하거나 함축적이지 않으면서도 미니멀할 수 있는가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I start from nothing and try to make something and at the same time try not to make it and get back to nothing again.”, “It’s a great anxiety for me to create something extra for the world, because then I’ve got to live with it for the rest of my life.”
(출처: http://entertainment .timesonline.co.uk)
뒤샹의 변기 ‘샘’을 보여주면서 의도했던 소박한 의도, 예술에는 장벽이 없으며, 당신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느새 미술의 정의, 실천, 방법에 대한 의문을 차례로 제기하면서 미니멀아트, 개념 미술을 연달아 탄생시키면서 미술은 우연스러운 물음표들로 가득 찬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점에서 마틴 크리드의 작품은 의미심장하다. 전적으로 이론적인 면에서일 뿐이지만. 도대체 현대 미술은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계속 지켜볼 일이다.
Martin Creed, Work No. 610
(Sick Film이라고도 하는 이 작품은 아트선재센터 샵에서 DVD로도 구할 수 있다.)
Martin Creed, Work No. 850
(일정한 규칙으로 테이트 미술관 내를 뛰는, 일종의 Performance이다. 이 작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 이미지 저작권으로 인해, 구입한 카타로그의 일부를 촬영하여 올립니다. 검색엔진을 통해 마틴 크리드의 작품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