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지하련 2004. 1. 12. 11:24
눈이 내리고 있다. 어두움을 가르며 빛나는 움직임으로 허공을 가르고 있다. 그 사이를 사뿐한 영혼으로 날았다. 군데군데 세찬 바람들이 뭉쳐 그를 가로막았지만, 도리어 바람에 밀려 그는 더 멀리 올라갈 수 있었다.

지구는 멀고 우주는 가까워졌을 때 눈은 사라지고 찬란한 어둠으로만 그 영혼 가를 둘러샀다. 고요가 영겁의 시간으로 밀려들고 시작과 끝이 그 의미를 상실해버릴 때, 지구는 멀어지고 우주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사이를 미끄러지듯 청춘이 지나고 있다. 사뿐한 청춘이 하얀 이빨로 영혼의 허기를 물고 가슴 속으론 잃어버린 사랑을 품으며 찬란한 어둠 속을 지나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