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지하련 2022. 7. 3. 20:21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지음), 민승남(옮김), 마음산책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는다. 번역도 나쁘지 않지만, 원문이 더 좋다. 시어는 확실히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정확하게 옮겨지지 않는다. 하나의 단어가 가지는 세계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익혀야 된다. 그 언어 속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 올리버는 확실히 생태주의적이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 

 

 

아름다운 장소들로의 여행에 대하여 

 

 

나는 아직도 날마다 신을 찾아다니고

아직도 도처에서 신을 발견하지,

먼지 속에서, 꽃밭에서,

물론 바다에서,

저 멀리 누워있는 섬에서,

얼음의 대륙들, 모래의 나라들,

모두가 저마다의 청조물들과

신을 갖고 있지, 어떤 이름으로든

주머니에 아직 백 년쯤 넣고서

배를 타는 건 얼마나 완벽한 일일까

하지만 이미 늦었지, 우리 모두

그리고 사실 존재하는 배라고는 

우리 모두가 타고서

세상을 불태우며 지나가는 배 뿐이지 

 

 

그래서 꿈꾸기 좋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척 짧은 여행이긴 하지만, 잠시나마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한 느낌이랄까. 이런 느낌을 위해 이 시집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 시집을 닫으면 그 때부터 다시 생의 전투에 몰입해야 하는 슬픔을 어쩌지 못하지만 말이다. 

 

 

하나의 세계에 대한 시 

 

 

오늘 아침

아름다운 백로 한 마리 

물 위를 떠가다가

 

하늘로 날아갔지

우리 모두가 속한

하나의 세계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다른 모든 것들의 일부가 되는 곳

 

그런 생각을 하니

잠시

나 자신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져 

 

 

메리 올리버 Mary Oliver

 

* 메리 올리버의 사진을 찾다가 1996년 Poetry라는 잡지에 실린 <Forty Years>라는 시를 발견했다. 다음에 번역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