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공공근로를 하시는 노인들을 먼 거리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공공근로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마 십 여년 전엔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주 느리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마 과학자들은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말하겠지만,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요.
채식을 하지 않고 육식만 하는 경우, 대장암에 걸릴 빈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몽골 지역 사람들은 그냥 고기만 먹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대장암 빈도는 현저히 낮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실은 평균 수명이 낮아 대장암 걸리기 전에 죽는다고 해요. 따지고 보면, 암이라는 것도 너무 오래 살아남은 우리들의 세포가 더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자발적 변이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즉 우리 인간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져 생긴 병이죠. 최근 기사를 보니, 텔로미어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전되어 평균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늘어난 수명만큼 지혜가 늘어날까요? 저는 여기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70을 넘기면 투표권을 박탈해야 되나, 왜 노인들이 먼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일까 하고 종종 의아해하곤 합니다.
어젠 페이스북에 정치 혐오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고 적었다가 지웠습니다. 이제 한국은 경제 주체들이 잘한다고 해서 경제가 발전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환경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입니다.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이제 정치가 문제인 나라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은 대외 경제 비중이 높습니다. 그래서 외교력이 중요하며 정치적, 경제적 정책에 대한 판단력이나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런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리더가 나라를 이끌어야 합니다. 아니면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천공이라는 도사의 유튜브에 '이천'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과 현 정부 정책 관련 기사에서 등장하는 '이천'을 연결짓는 일부 호사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설마 이 정도일까, 그냥 흘려 읽고 말지만, 걱정스러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몇 년 전 대선 때 대통령 후보들이 삼프로라는 그 때 막 생긴 유튜브 채널에서 등장해 경제 관련 이야기를 주고 받은 바가 있습니다. 실은 이 때 각 후보들의 역량은 드러났습니다. 현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앞뒤 고려치 않는 성격 급한 동네 형 같다고 할까요. 딱히 똑똑하지도 않고 고집 센. 그냥 가끔 만날 수 있는 그런 인상이랄까. 그러나 동네 이장 선거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인상 비평으로 투표를 하면 안 되겠지요.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이재명 후보가 떨어진 것은 전적으로 같은 당의 이낙연 전 대표 쪽의 흑색 공작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았으며, 끝내 탈당을 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었지요. 그냥 궁금해요. 이낙연 전 대표는 정말로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걸까요?
한국 정치를 보면 화가 납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이건 미국을 가던, 영국을 가던, 프랑스를 가던 똑같을 겁니다. 그렇다고 고개를 돌리면 안 됩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는 이 위태위태한 나라를 안전하게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과 그 나라 사람들의 수준이 중요합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리더층과 일반 대중층이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아비투스habitus'와 '장champ'이라는 개념으로 문화적 측면에서의 계층 구분까지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냥 섞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이지요. 아마 한국도 그렇게 변해갈 것입니다만,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들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여기는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과학적 세계가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치 현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사실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심각하게도 제 주위에서,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들 중에 1년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100명 중 채 5명도 안 될 것입니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복잡한 세상에서 그나마 제 정신을 가지고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됩니다. 책이 아니라면 해외 저널 한 두개와 국내 저널 한 두개를 읽어야 합니다.
실은 이것도 제 편견일 수 있습니다. 솔직히 나는 왜 이런 것들을 읽고 메모하며 생각하는 걸까 하고 묻기도 합니다. 딱히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강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그냥 제대로 생각하고 살고 싶어서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이 사소한 희망을 가지기 위해 제가 투자하는 건 좀 과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AI 관련 논문들을 여러 편 읽었습니다. '블랙박스 이론'도 새로 알게 되었으며, '설명가능한 AI'나 '신뢰할 수 있는 AI'라는 개념도 알게 되었습니다. 머신러닝에 대해서도, 인공신경망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나, 이것이 실생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프롬프터를 만들어서 LLM(거대언어모델) 기반의 AI 서비스를 통해 이미지도 만들고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합니다만, 거짓말을 마치 진짜처럼 이야기하는 AI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 지는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겠죠. 이것을 '환각'이라고 합니다. AI가 마음먹고 인간을 속이고자 하면, 현재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가령 애플의 '비전프로'가 같은 AR 헤드셋들이 범용적으로 사용된다고 할 때, AI는 아예 다른 세계를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지도 모릅니다. 마치 영화 '메트릭스'의 세계처럼.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이 원하는 것은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과 석유 말고 다른 것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진정으로 이란과도 다시 친해지고 이스라엘과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한국(남한)의 사정은 더 심각한데, 한국의 리더들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 같습니다. 일부 기업가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접근하여 의사결정을 하지만, 한국의 정치 리더들 중 누가 그런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일부 식자들은 한국 사람들의 수준이 높다고 자랑하듯 말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것일까요? 마트의 계산원이 POS 단말기에서 잘못된 계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나라가 잘 사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계산을 못하기 때문에 서구의 선진국들은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고 다듬습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잘 운영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리더가 누가 되든지 상관없다는 식입니다. 왜냐면 리더가 누가 되든지 대중들이 기본적으로 똑똑해서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리더와 똑똑한 국민들의 조합은 왜 생각하지 않는 걸까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정치는 그 모양 그 꼴로 한 것일까요? 왜 그는 경제와 정치 두 분야 모두 잘할 순 없었던 걸까요? 만일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고 다른 이가 되어, 경제와 정치 모두 잘 할 수 있었던 가능성은 없었던 걸까요?
그냥 주절주절 떠들어 봅니다. 이번 주말엔 모처럼 벚꽃 구경이나 할까 합니다. 동네에 벚꽃이 많이 피었더라고요. 정말, 십수년만에 제 사진 한 장 투척합니다. 저도 이제 많이 늙었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이 많은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