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언론이 문제다. 그런데,

지하련 2024. 5. 10. 08:49

 

한국 언론이 문제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예전 기자들과 달리 지금 기자들의 역량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10흘'이라는 단어를 보고 놀랐다. 예전에 '4흘'라는 단어도 놀라웠지만, '10흘'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언론사 기자가 되는 시기인가. 아니면 교육이 어떻게 된 것인가. 하긴 초등학교 시절 아이는 문서 작성을 에세이가 아니라 파워포인트로 배우고 있었다. 도대체 초등학생에게 파워포인트를 왜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적분, 미분을 빼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데, 사람들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기반이 되는 것이 수학이며, 특히 확률, 통계, 행렬, 적분, 미분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며칠 전 세계언론자유지수가 발표되었는데, 한국의 순위가 상당히 떨어졌더라. 그런데 나는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자신들의 문제라 여긴다. 나는 아직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재는 국회의원이지만) 아파트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던 기자들의 무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솔직히 그들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철학이나 가치관, 혹은 일관성 따위를 물을 수 있을까? 당연히 물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제 한국의 언론사 기자들을 보면서, 그냥 상식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기자상을 대입시켜선 안 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왜 '기레기'라고 불리는지 알아야 한다. 이제 그들은 사명이나 가치를 위해 종사하는 이들이 아니라 그저 잘못된 태도를 제대로 배운, 하청업체에게 갑질하는 직장인일 뿐이다. 그리고 갑질의 대상은 바로 국민들이다. 안타깝게도 학교 선생님들이 절망적이게도 지쳐 평범한 직장인으로 변해간 것과 달리, 기자들은 스스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해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세상이 편해진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힘겹게 노력하고 싸워서 무조건 가져야만 하는 가치들마저도 소홀하게 대하게 된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닐까. 주위를 둘러봐라. 그렇게 하나 둘 사라지는 가치들, 태도들, 상식들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언론사 기자나 학교 선생이라는 직업도 그렇게 변해간 건 아닐지. 그리고 동시에 어떤 이들은 전통이나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퇴행적 행동을 하기도 하는 이들까지 나서는 판국이니... 

 

결국 우리는 되도록이면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 카톨릭 신부님들 중에서는 일부러 가난하게 사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것으로 자신의 신앙을 지켜 낸다. 이제 세계는 눈에 보이는 세계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향할 것이다. 양자역학과 천제물리학, 이론물리학, 그리고 블랙박스와도 같은 인공지능으로. 사변철학의 시대는 가고 수학에 기반한 과학철학이나 새로운 역사 해석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니 몸이 편해지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그래야 정신이 맑아지고 사고가 분명해진다. 

 

언론사에 있다고 해서 다 기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제 대통령 기자 회견에 나와야 될 기본적인 질문들 빠진 것을 슬로우뉴스에서 지적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저들이 기자라니. 

 

기자들이 하지 않은 질문들

  • 그래서 디올 백은 어디에 있는지, 그 사실을 알고 윤석열은 신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 김건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건지 안 설 건지 등은 어느 기자도 묻지 않았다.
  • 대통령 가족이 관련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권한 남용 아니냐는 상식적인 질문도 없었다.
  • 국방부에 전화한 게 대통령 지시였는지 아닌지 물었으면 많은 의혹이 풀렸겠지만 추가 질문이 없었다.
  •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네이버 지분 매각을 강요하고 있는데 정부 입장은 무엇인지도 물었어야 했다.
  • 언론자유지수가 62위까지 추락했는데 역시 아무도 묻지 않았다.
  • MBC 기자는 아예 질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출처: https://slownews.kr/108407 

 

어제 기자회견 한 줄 요약, 윤석열의 ‘침대 축구’가 시작됐다: 슬로우레터 5월10일. - 슬로우뉴

“대통령이 사과했다”, 감격한 조선일보. 기자회견 핵심 키워드는 ‘특검 거부’. “피가 거꾸로 솟는다.” 윤석열의 침대 축구. 윤석열은 그저 섭섭할 뿐이다. 문제는 디올 백이 아니다. 금투

slownews.kr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투표가 이 나라의 미래를 얼마나 망치는가에 대해 아무 생각 없는 절반의 국민들(그리고 실망했다고 손절한 어리석은 이들까지 포함해서)과, 자신이 쓴 기사가 그 기사를 읽은 이들의 잘못된 이해와 판단을 만들고 그것이 여론화되는 과정을 간과하는 기자들(이라고 적고 기레기로 이해한다)과, 원래 정치는 엉망이야 라는 생각으로 정치 혐오에 빠져, 잘못된 정치가 나라에 끼치는 해악, 더 나아가 미래 세대의 앞길까지 막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만든 합작품이다. 그리고 이것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지만, 고통스럽게 노력해야만 되는 것들이 있으니, 그 중 하나 제대로 된 정치와 사회일 것이다.

 

제발 정부와 정권을 비난하지 말고 스스로를 반성해라. 그리고 정치에 관심 좀 가져라.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해서 정치 유튜브를 보라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지식과 상식을 가지고 변하는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가져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