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monium 2004
Firriato
Italy, Sicily
Nero dAvola 100%
난생 처음 시실리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처음 마시는 와인은 꽤 부담스럽다. 마셨을 때 너무 맛이 좋다면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고 흥분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분이 상하고 가격부터 따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매우 견고하다. 예상보다 빨리 마신 탓도 있지만, 디켄팅을 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일 게다. 하지만 견고한 틈 사이로 싱그러운 과일향과 묵직한 바디감은 좋은 와인을 가지는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특히 Nero dAvola라는 품종도 처음이고 시실리 와인도 처음이었다. 이 사실도 아주 오랜만에 와인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한 달에 두 세 번 이상 와인을 마시지만, 최근 1년 정도 와인 리뷰를 거의 쓰지 않았다. 실은 와인에 익숙해지니, 마시는 와인들만 찾는다. 특히 와인바에 갔을 때는 무조건 에스쿠도 로흐만 마신다. 다른 와인도 가끔 도전해보나, 역시 구관이 명관이었다.
하모니움은 추천할 만한 와인이다. 그러나 디켄팅은 필수이고 가격대(샵 기준 12만원 수준) 또한 만만치 않다. 그리고 이 가격대에는 고를 수 있는 와인이 너무 많고 또한 이 가격대 이하에서도 이 와인보다 뛰어난 와인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이 와인에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