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897

극단의 시대, 하권,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하권에릭 홉스봄(지음), 이용우(옮김), 까치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가를 잊고 지내곤 한다. 터무니없는 질문이지만, 15세기 조선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서울 한 복판으로 온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들었던 여러 대답들 중에 '너무 시끄러워서 기절한다'는 의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인류 역사 상 최초로 경험하는 것들이다. 가끔 제 정신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도리어 놀랍기까지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류의 80퍼센트에게 중세는 1950년대 갑자기 끝났으며, 아마도 더욱 많은 경우, 1960년대에 중세가 끝났다고 느껴졌다. (400쪽)  위 말은,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상당수는 중세부터 살아오던 삶의 방식을 ..

극단의 시대, 상권,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상권) 에릭 홉스봄(지음), 이용우(옮김), 까치  20세기가 지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20세기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20세기 초반에도 19세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여겼을까.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평화란 일시적이고 지구 어딘가에선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새삼 알았다. 한국(South Korea)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임을. 20세기 전반기는 총력전의 시대였고 20세기 후반은 냉전과 종교의 시대였음을.  그러나 책을 읽는 속도는 느리고 번역은 매우 불친절했다. 내가 이 책을 사두고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된 것은 에릭 홉스봄의 스타일도 있을 수 있으나, 번역의 문제도 한 몫 했을 듯 싶다. ..

24년 독서모임 세 번째 책, <<존 메이너드 케인스>>

올해 들어 독서모임은 2번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도 않고 예전처럼 모임이 끝난 후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실은 모임을 하면 상당히 피곤해져서... 이번에 읽을 책은 제커리 D. 카터가 쓴 라는 평전이다. 아마 다들 케인스라는 이름을 들어봤겠지만, 그의 이론이나 생애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했다.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기대해도 좋을 책이다. https://cafe.naver.com/spacewine/30261 (재커리 D. 카터)를 읽습니다. 재커리 D.카터의 를 이번 달 읽을 책으로 정할까 합니다. 에릭 홈스봄의 는 상권만 읽었지만, 하권을 마저 읽자고 하면 안 그래... cafe.naver.com

AI전쟁, 하정우, 한상기(지음)

AI전쟁 - 글로벌 인공지능 시대 한국의 미래 하정우, 한상기(지음), 한빛비즈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 배우는 방식, 여행하는 방식, 건강관리를 받는 방식,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산업 전체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될 것" - 빌 게이츠 (17쪽) 매우 시의적절한 시기에 나온 책이다. 또한 대담이라는 형태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궁금증을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한상기 박사님은 내가 주니어 시절 많은 것들을 알게 해주신 분이기도 하다. 한국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이기도 하며, 현재에도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계시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특정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은 최근에 거의 없었는데, 최근 인공지능과..

24년 독서모임의 두 번째 책,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독서모임 빡센의 올해 두 번째 책은 에릭 홉스봄의 상, 하권이다. 4월 8일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모임 주최자인 나마저도 상권을 읽고 있으니, 참석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 마저도 이 책을 읽는 속도가 상당히 느린데, 1) 역자가 번역한 문장이 유려하지 않아, 다시 읽게 하는 부분들이 자주 있고, 2) 동시대 사람으로서 저자 에릭 홉스봄은 짧은 분량 안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무리한 흔적이 눈에 띈다는 점. 가령 너무 많은 인명과 지명이 동시에 등장한다거나 또는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면서 요점이 흐려지기도 했다. 그 결과 이 번역서는 초심자들에겐 상당히 어렵게 느껴져, 이 책을 선택한 독자에게 책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하지만 내용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지금 읽고 있는 상권의 중..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 - 2020 유시민(지음), 돌베개 이 정도의 수준에서 글을 써야 일반 독자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최근 읽고 있는 에릭 홈스봄의 는 일반 독자를 읽을 수 없다고 여겼다. 고루한 번역부터 너무 많은 사람 이름들과 지명, 사건들은 아무 주석도 없이 그냥 이어진다. 나도 천천히 읽어야 할 수준이니, 일반 독자는 그냥 읽지 말라는 이야기다. 하긴 전문 역사서이니, 그럴 수 있겠지만. 반대로 유시민의 이 책은 너무 조심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 쉽게 읽히나, 재미는 없다. 바진의 에서 언급된 아우슈비츠가 조작된 것이라고 말하던 독일 청년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이젠 한국도 그런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 전달과 함께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만 오해가 없다. 하지만 이..

도서관, 서재, ...

직장을 나가 첫 월급을 받으면 내가 사고 싶었던 책과 음반을 사게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공부보다는 원하는 책과 음반에 꽂혀 직장 생활을 하던 형을 알고 지낸 적이 있었다. 방 한 쪽 벽면 전체가 LP와 CD로 채워져 있고, 그 옆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놓여 있었다. 작가가 되는 것보다 원할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유가 더 나아보였던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 때 꿈이 있었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굳게 스스로에게 말하는 그런 꿈. 그리고 나 또한 한 때 꿈이 있었던 사람이 되었고, 어쩌다가 나도 책을 사고 음반을 사고 있지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심지어 그것이 중요한가 하는 생각마저... 그래서 누군가의 서재를 보면 참 부럽다. 정말 부..

자본의 무의식, 박현옥

자본의 무의식 박현옥(지음), 김택균(옮김), 천년의상상 23년 늦은 봄부터 읽기 시작해 가을이 되어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펼쳐 보이는 박현옥 요크대학교 교수의 접근이 일반적인가, 설득력은 있는가는 뒤로 미뤄두더라도, 상당히 파격적이고 놀라우며, 어쩌면 서글픈 현실 직시같다고 할까. 그만큼 자본주의가 강력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인류 최초의 문명에서부터 시작된 금리(화폐의 시간 가치)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화폐와 금리로 이루어지는 경제 시스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와 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금리에 기반한 화폐 경제에 대한 반복된 거부, 혹은 비판적 접근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엘런 호지슨 브라운은 (이재황 옮김, 이른아침, 200..

그러나 절망으로부터,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그러나 절망으로부터,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던 위안의 기록들 On Consolation: Finding Solace In Dark Times 마이클 이그나티에프Michael Grant Ignatieff(지음), 김한영(옮김), 까치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그리고 며칠 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집중해 읽었다. 특히 세네카, 사도 바울로, 마르쿠스 아우렐레우스 챕터는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우렐레우스의 삶은 황제의 삶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였다. 그는 황제를 원했던 것인가, 아니면 학자를 원했던 것일가. 그리고 전쟁터에서 남긴 그의 단상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까지 남아 위로가 되고 있다는 건 또 무슨 아이러니인가. 전쟁터에서 그는 삶의 무상함, 허망함을 이야기하지만, 먼 훗날의 우리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모두 거짓말을 한다 Everybody Lies -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Seth Stephens-Davidowitz(지음) 이영래(옮김), 더퀘스트 작년 말에 읽고 이제서야 리뷰를 올린다. 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예전엔 전체적인 내용을 대략 기억하곤 했는데, 이제는 노트를 한 다음 정리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다소 놀라웠던 사실들도 꽤 있었다. 이 책은 ‘빅데이터’에 대한 안내서다. ‘빅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고 동시에 무엇을 알지 못하며 빅데이터가 가지고 올 유용함과 함께 그것의 우려스러운 점도 함께 언급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데이터과학’에 관해 가지고 있는 신화를 깨뜨리고 데이터과학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