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3

먼 미래에 ...

루이 알튀세르의 (저주받은 듯한 느낌의) 자서전, '미래를 오래 지속된다'가 재출간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3년,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니, 벌써 십수년이 지났다. 이 책, 내가 20대 시절 생각나면 뒤적이던 책이었다. 잔인할 정도로 자신을 파고들며, 자신이 목 졸라 죽인 아내에 대한 기억을 태연하게 하는 죽기 전 알튀세르의 문장들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과거 앞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모든 걸 포기하지 않는 어떤 지식인의 슬픈 초상 앞에서, 그나마 내 20대는 낫다고 위안받던 시절이 있었다. 일 때문에 잠시 나간 삼성역 반디앤루니스 서점(아직도 서울문고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에서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삐에로'와 알랭 레네의 '내 사랑 히로시마'를 샀다. 아, 오랫만에 만나..

Y Tu Que Has Hecho?

벌써 4년이 지났다. 이 노래를 들었던, 그 때. 그 사이, 나는 더 황폐해진 걸까. 아니면 더 우아해진 걸까. 혹은 변하지 않은 걸까. 뜻하지 않은 과거로의 상념은 사람을 참 서글프게 만든다. 거의 열흘 만에 헬스를 했다. 몸을 움직이면 그 때만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담배를 자주 피고 스트레스를 받고 정장을 입고 다닌다. 예전에 깔끔해보였던 정장 차림이, 요샌 부쩍 나이 들어 보인다. 나이가 들긴 했지만. Y Tu Que Has Hecho? - by BuenaVistaSocialClub En el tronco de un arbol una nina Grabo su nombre henchida de placer Y el arbol conmovido alla en su seno A la nina ..

매의 노래, 바진

, 바진(지음), 홍석표, 길정행, 이경하(옮김), 황소자리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 중국 사회에 있어서 ‘문화혁명’(1966년 ~ 1976년)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고,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노(老) 작가 바진은 끊임없이 한 개인의 삶과 문학의 존재 의미를 물으며,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문화혁명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끊임없이 문화혁명 시기의 자기 자신과 그의 가족, 그의 동료들에 대해 회상하면서 후회했다. ‘바진 타계 일주년 추모 수상록 선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에서 독자는 시간 앞에서 끝없이 진실해야 된다는 작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왜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일을 쓸 수 없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