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3

어항, 금붕어, 달팽이

2024년 11월 25일 업데이트. 문득 금붕어 생각이 났다. 하긴 가끔 생각난다. 저 금붕어들. 지금은 사라진 이마트 김포공항점에서 공짜로 받은 금붕어 두 마리. 야누스 같은 내 삶의 일부를 지탱하던 금붕어. 한 마리는 금방 죽었지만, 나머지 한 마리는 몇 년을 같이 살았다. 몇 주 이상 집을 비워 두었는데도 그/그녀는 살아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요한 어둠이 주위를 감싸면 겨울인가 보다 하고 잠을 잔다고 했다. 그/그녀는 겨울잠을 잤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스탄불에 갔을 때도, 칼스루헤에 갔을 때도, 파리에 한참 가 있었을 때도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물 위로 떠올라왔다. 그 때가 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금붕어가 노는 모습을 참 이쁘다. 왜 마당 한 가운데를 파서 ..

주말

한 두 달 전,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요시토모 나라의 판화를 보면서, '이 사람 참 감각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아침, 아트저널 2009년 신년호를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마치 피부 세포 하나 하나가 낮은 하늘을 가진 어느 날, 대기 속의 물방울에 젖어, 까끌까끌하게 날이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트저널에 실린 어느 갤러리의 요시토모 나라 전시 광고 페이지. 오래, 혼자 살다보니, 이것저것 다 해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금붕어 돌보기와 화분들이다. 이 방 저 방 한 두개씩 있던 화분들을 현관 입구에다 모아놓았더니, 제법 보기 좋았다. 아무도 없는 낮에는 꽤 쓸쓸하고 답답하겠지만, 퇴근 후 나는 이들을 위해 온 집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둔다. 일요일 낮에는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

모짜르트...

요즘 너무 바쁘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책 두 권 읽고 리포트를 하나 써야 하고, 모짜르트의 대관미사(KV 317)을 무려 10번은 듣고 가야 한다. 외워오라고 시키지 않은 것만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을 정도니. 내일까진 여름에 있는 아트페어를 위한 몇 개의 원고를 써야 하고, 회사에서 PM을 맡은 다른 프로젝트에 몇 개의 다른 업무가 추가될 듯 하다.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개인적 일엔 무관심해져 버렸다. 그러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요즘 내 사는 모습이 딱히 좋아보이지 않아 보인다. 쓸데없는 자기 반성이랄까. 근처에 사는 친구라도 있으면 소주라도 한 잔 하면 딱 좋은 밤이다. 사무실 근처에서 사온, 브랜딩된 원두 커피 향이 좋다. 오디오에 모짜르트의 대관 미사 CD를 올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