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3

대선이 끝난 후

잠들기 전 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려고 글을 적었는데, 끝내지 못했다. 어찌된 일인지 주저리 주저리 ... 글은 끝나지 않고 두서 없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로 인해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멘붕 모드가 되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라, 현 정부의 여러 잘못된 정책들과 과거 회귀적인 여러 시도들(일부는 성공까지 한)에 대한 반발, 그리고 과거 정치적 자유를 박탈당했던 시대에 대한 향수에 대한 본능적 반발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유하는 어떤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서민을 위한 정책이나 지방 균형 발전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도 국민 통합에 대해서도 .... 그런데 아니었다! OTL. 반대였다. 대다수는 그냥 찍는 것이다. 정책 비교나 현 정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나..

올해 읽은 3권의 책

(이 글은 yes24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간단하게 소감을 적은 것이며, 조중걸 선생님의 '현대예술'은 읽은지 몇 달이 지나도록 서평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긴 서평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로 하자) 올해의 책을 여기저기서 발표하지만, 우리들은 올해 출판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출판된 책들도 읽는다. 심지어 기원전에 출판되어 수대에 걸쳐 읽혀져 온 책들을 이제서야 읽는 경우도 있다. 책은 이미 너무 많다. 결국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었지만,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봐았다. 그들은 책을 읽는다는 '반성적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이 읽은 책과는 유리되어, 그들의 책 목록이..

팀 아이텔 Tim Eitel

Tim Eitel - Solo ExhibitionThe Placeholders2011. 9. 2 - 10. 23, 학고재 (이 철 지난 리뷰를 용서하시길... ) 현대는 본질적으로 외로운 시대다. 자신만만하던 데카르트적 자아가 그 본연의, 바로크적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의미 위로 부유한다. 마치 스스로의 결연한 의지로 대화하지도, 타인과의 의사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귀에는 이어폰을, 손에는 스마트폰을, 시선은 작은 액정 화면에 고정시킨 이들이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나게 된다. 소니의 워크맨이 최초로 나왔을 때, 독일의 '슈피겔'(Der Spiegel) 지에선 "인간 상호 간에 의사소통도 사라질 수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실었듯이, 그러한 이들이 현대 문명 속에서 소리없이 일어나고 이젠 걷..

<느낌의 공동체>를 펼치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

자연을 탐하다 - 이재효 展, 성곡미술관

자연을 탐(探)하다이재효 1991-2012 성곡미술관, 2012.3.30 - 5. 27 "작업 모티브가 그러하듯 대부분의 작업은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사용한다. 나무와 나뭇가지, 떨어진 이파리, 크고 작은 돌, 풀 등이 그것이다. 못이나 볼트, 철제와이어와 철근, 용접술 등도 일부 개입한다." - 전시 설명 중에서 한참 지난 전시 소개를 이제서야 올린다. 전시가 일상의 뒤로 밀려나가고 있지만, 가끔 만나는 좋은 작품은 언제나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재효. 그는 자연 속에 손을 넣어 인위적인 세계를 구성해내었다. 자연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아름다운 방해를 보여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를 지나, 사람의 손이 닿은 자연. 작가가 선보이는 자연은 붙이고 깎고 문지르고 구부린 자연이었다. 그..

중력중독자의 날개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양재)

중력중독자의 날개 Wings of Gravity Addict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 2012.1.23 - 2.3 첫 전시를 한다는 건 참 고단하면서도 가슴 떨리고, 기대되면서도 쓸쓸한 일이다. 그건 누군가의 시선 아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형편없는 취향에, 보잘 것 없는 언어에, 혹은 금전적 이득과는 무관한 시기와 질투 속에 휩싸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긴 도리어 지독한 찬사가 작가의 앞길을 망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젊은 작가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란 '작품이 좋네요'이거나 '계속 작업하세요'다. 이 두 말이 가지는, 인생에서의 가지는 위험성과 중독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첫 전시를 한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복이며 근..

올댓 주말미술여행 출시

안녕하세요. 파아란 영혼을 운영하고 있는 지하련(김용섭)입니다. 몇 번 블로그를 통해 알려드린 미술 전시 정보와 관련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올댓 주말미술여행 SK텔레콤과 TNM에서 지원해주어 제작한 콘텐츠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올댓 주말미술여행의 콘텐츠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 달의 추천 전시 - 매주 업데이트하는 콘텐츠로, 해당 월에 가볼만한 미술 전시 정보와 전시 리뷰를 올립니다. 이 달의 예술 도서 - 읽을만한 미술 서적 소개합니다. 예술 초보 탈출 분투기 - 미술 전시 관람을 위해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과 서양 미술과 관련된 내용을 올립니다. 잊지 못할 그 전시 - 예전 전시이지만, 한 번 다시 되새길만한 전시 내용을 올립니다. 아직 콘텐츠가 많지 않지만, 1-2달 이내로..

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

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지음), 현암사 한동안 서평가가 유행이었다. 지금도 유행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벌써 20년 전이라니!) 새 책 소개는 신문 기사이거나 인문학 잡지의 서평 코너, 또는 딱딱한 에세이의 인용(각주나 참고서적)이 전부였다. 하지만 신문 기사가 제대로 된 서평을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신문 기사에 실린 내용만 믿고 실제 책을 보지도 않고 구입했다가 낭패 본 경험이 몇 번 있다), 인문학 잡지는 예전의 활력을 잃어버렸거나 그들만의 리그로 기능하고, 딱딱한 에세이 읽기의 즐거움은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 사이를 비집고 서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형편 없었다. 책 읽기의 목적이 다른 탓도 있지만, 책 읽기란 마치 손수 벽돌로 계단을 만들어가며 올라가는 것과도 같아서, ..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 이유선 지음/라티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이유선 지음, 라티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는 참 좋은 책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철학에 대한 아무런 깊이도 통찰도 가지지 못한 얼치기 문학평론가들이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적어대는 문학 평론보다 백 배는 더 나은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과 문학을 서로 엇대어 구조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글들은 설득력을 가지면서 소개되는 문학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서로가 모두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현실화될 때, 여기에서 관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용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오고, 관용은 같이 살기(공존)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관용이 이성에서 나왔다고..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 2010 올해의 작가: 박기원

Who’s Afraid of Museums? - Artist of the Year: Kiwon Park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 2010 올해의 작가: 박기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2010. 4. 6. – 5. 30. 나는 공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보다 공간 속의 작품, 즉 공간과 작품이 중립적이기를 원한다. 나는 이미 만들어진 환경이나 풍경은 그대로 있고, 그 위에 ‘미세한 공기의 흐름’, 팔의 솜털이 움직이듯 한 미세한 바람처럼 어떤 자극도 없어 보이며, 방금 지나친 한 행인의 기억할 수 없는 모습과 같은 최소한의 ‘움직임’을 원한다. – 작가 노트 중에서 무더운 날씨였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미술관으로 향했다. 실은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늘 보아오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