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5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편 사용자 가이드', 그리고 관세 전쟁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이 쓴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을 읽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바보같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그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은 궁극적으로 미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이것이 성공할 지, 아니면 미국의 우방으로 여겨졌던 대부분의 나라들과 등을 돌려 그 나라들이 중국과 협력하게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지는 모를 일이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생각없이 저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걸 스티븐 미런이 쓴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요즘 AI는 참 좋아서 긴 글도 핵심만 따박따박 옮겨준다. 아래는 AI의..

리콴유가 말하다, 그래엄 앨리슨, 로버트 블랙윌

리콴유가 말하다 그래엄 앨리슨, 로버트 블랙윌(지음), 석동연(옮김), 행복에너지   많은 사람들이 싱가폴을 관광 목적으로, 사업 목적으로 방문하지만, 그 곳이 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곳으로 두바이가 있다.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는 뭔가 짠한 구석이 있다.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유튜브를 통해 유언비언과 터무니없이 경도된 사상을 전파하는 유튜버들도 미디어로 관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콴유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최근 민주주의 위기론도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로 성공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은 아닐까 고민 중이다. 최근에 번역 출간된 마틴 울프의 >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래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메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메모.  - 미국은 왜 이스라엘에게 우호적인가. 1. 미국이 친이스라엘적인 이유에 대한 명확한 배경이 없다. 유대인들의 정치 로비가 한 몫할 것이라는 추정(반대로 아랍인들의 정치 로비가 없다는),2. 이스라엘 군대가 아랍 지역에서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미 정부가 친이스라엘 노선을 취한다는 의견. 3. 하지만 사람들은 왜 미국이 친이스라엘이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개인적으로 청교도적인 배경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1세기 전 영국인들과 벨푸어 외상.1.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대인이 국가를 세워한다는 천년왕국설이 있다. 17세기 중반 영국 청교도혁명 이후 유행처럼 번지는데, 이게 20세기까지 이어졌다. 영국 지배층들 대부분 이 생각..

팔레스타인 비극사

1948년 3월 10일 쌀쌀한 수요일 오후에 이 건물(*화이트하우스)에서 베테랑 시온주의 지도자들과 젊은 유대인 군 장교들로 이루어진 11인 그룹이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를 위한 계획을 마지막으로 손질했다. 그 날 저녁, 팔레스타인인들을 이 나라의 광대한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쫓아낼 준비를 하라는 군사명령이 현장에 있는 각급부대에 전해졌다. (7쪽) 홀로코스트 이후 대규모 반인도적 범죄를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특히 전자 매체가 급증한 이래로 통신 중심의 현대 세계에서는 인간이 저지른 어떤 재앙도 대중의 눈을 피해 숨기거나 잡아뗄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범죄 하나가 전 세계 대중의 기억에서 거의 완전히 지워졌다. 1948년 이스라엘이 저지른 팔레스타인 ..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지음), 페이지2 가끔 한국에서의 전문가 집단이 있는가 의아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런 책을 읽을 때이다. 러셀 저코비가 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의 지식인이 사라진 현상을 분석했듯이, 한국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다. 실은 대중들이 학교 선생이나 대학 교수들에게 기대하는 면이 있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와 앞으로 닥칠 세계에 대한 이해와 대비일 것이다. 하지만 러셀 저코비가 프레드릭 제임슨을 비난하듯이 한국 대학 교수들 대부분은 학술지에만 글을 기고할 뿐, 대학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러셀 저코비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저서들은 학자들 사이에선 유명할 지 모르나, 일반 대중, 또는 인문학 전공으로 정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조차 읽기 힘들고 심..

연결된 위기, 백승욱

연결된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위기까지, 얄타체제의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승욱(지음), 생각의 힘 가끔 전국의 대학에 인문학 교수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 가끔은 너무 신기하다. 왜냐면 내가 읽거나 읽으려고 기록해두는 인문학 책들 중에 국내 대학의 교수가 쓴 책은 정말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십 년부터 이야기되던 인문학의 위기는 실은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인문학 교수의 위기라는 점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대학의 인문학 교수들은 좀 반성해라) 중앙대 사회학과 백승욱 교수의 글은 종종 여러 지면에 읽은 바 있다. 꾸준히 읽는 저널이 없음에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일반 대중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있는 인문학자라 할 수 있다(그런가?). 이 책 는 최근의..

초거대 위협, 누리엘 루비니

초거대 위협 - 앞으로 모든 것을 뒤바꿀 10가지 위기(Megathreats) 누리엘 루비니(지음), 박슬라(옮김), 한국경제신문 안타깝게도 다가오는 위기를 안다고 해서 한국의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도리어 절망에 휩싸일 확률이 더 높고 희망을 가질 수 조차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보자면, 투표한 사람의 절반 이상은 우리의 미래 따윈 관심 없고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만 따져 물었다. 특히 노인들은 그들의 지나온 과거를 보며 투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과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투표해야 하지만, 그런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졌다면 아마 험난하고 굴곡 졌던 한국 현대사를 살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그런 사고를 가졌던 이들은 비명횡사를 당했거나 고문으로 불구가 되었거나 해외 이민을 떠날 것이..

위급 재난 문자에 대한 단상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위기 상태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부채 규모는 미국 다음이며(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 부채가 너무 많다), 내수 시장만으로 버텨내기에는 기존에 투자된 곳이 너무 많다. 이렇게 볼 때 대만침공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기본적인 목표 중 하나가 '하나의 중국'이다. 대만은 언젠가는 중국으로 들어와야 될 곳이라고 확실하게 믿으며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대만 침공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 중 하나가 바로 주한미군을 묶어두기 위한 한반도의 긴장 조성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긴장 조성을 통해 얻어낼 것이 있다면 환영일 것이다. 솔직히 그들도 전쟁을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입고 결국 패배하는 모습을 보기는 싫겠지만, 적절한 군사적 긴장..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피터 자이한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Disunited Nations 피터 자이한 Peter Zeihan (지음), 홍지수(옮김), 김앤김북스 돌이켜보건대, 젊은 시절 나는 확실히 세상살이를 좀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니면 너무 비관적으로 해석하여 포기의 마음이 한 켠에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후자에 가까워 보이긴 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사정이 딱히 달라진 건 아니라서 지금도 가끔 모든 걸 내려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피터 자이한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너무 한 쪽 분야의 책들만 읽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나름 서양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고 철학이나 예술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자이한이 가지는 동시대에 대한 정보는 남다른 데가 있..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지음), 한재호(옮김), 글항아리 작가의 삶이란 “가장 특권적인 삶 (…) 끝없는 호기심과 활력, 무한한 열정으로 가득한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여행가가 된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게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48쪽) “손택은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방식으로 공격성을 표출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과 함께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했죠. 손택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테리 캐슬도 손택이 언제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난과 공격을 퍼붓고 무례하고 까칠하게 굴 준비가 돼 있었다는 데 동의한다. (379쪽) 단번에 시선을 잡아끄는 이 책은 매력적인 책 크기와 수전 손택의 사진이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