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1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지음), 페이지2 가끔 한국에서의 전문가 집단이 있는가 의아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런 책을 읽을 때이다. 러셀 저코비가 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의 지식인이 사라진 현상을 분석했듯이, 한국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다. 실은 대중들이 학교 선생이나 대학 교수들에게 기대하는 면이 있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와 앞으로 닥칠 세계에 대한 이해와 대비일 것이다. 하지만 러셀 저코비가 프레드릭 제임슨을 비난하듯이 한국 대학 교수들 대부분은 학술지에만 글을 기고할 뿐, 대학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러셀 저코비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저서들은 학자들 사이에선 유명할 지 모르나, 일반 대중, 또는 인문학 전공으로 정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조차 읽기 힘들고 심..

연결된 위기, 백승욱

연결된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위기까지, 얄타체제의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승욱(지음), 생각의 힘 가끔 전국의 대학에 인문학 교수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 가끔은 너무 신기하다. 왜냐면 내가 읽거나 읽으려고 기록해두는 인문학 책들 중에 국내 대학의 교수가 쓴 책은 정말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십 년부터 이야기되던 인문학의 위기는 실은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인문학 교수의 위기라는 점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대학의 인문학 교수들은 좀 반성해라) 중앙대 사회학과 백승욱 교수의 글은 종종 여러 지면에 읽은 바 있다. 꾸준히 읽는 저널이 없음에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일반 대중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있는 인문학자라 할 수 있다(그런가?). 이 책 는 최근의..

초거대 위협, 누리엘 루비니

초거대 위협 - 앞으로 모든 것을 뒤바꿀 10가지 위기(Megathreats) 누리엘 루비니(지음), 박슬라(옮김), 한국경제신문 안타깝게도 다가오는 위기를 안다고 해서 한국의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도리어 절망에 휩싸일 확률이 더 높고 희망을 가질 수 조차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보자면, 투표한 사람의 절반 이상은 우리의 미래 따윈 관심 없고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만 따져 물었다. 특히 노인들은 그들의 지나온 과거를 보며 투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과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투표해야 하지만, 그런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졌다면 아마 험난하고 굴곡 졌던 한국 현대사를 살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그런 사고를 가졌던 이들은 비명횡사를 당했거나 고문으로 불구가 되었거나 해외 이민을 떠날 것이..

위급 재난 문자에 대한 단상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위기 상태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부채 규모는 미국 다음이며(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 부채가 너무 많다), 내수 시장만으로 버텨내기에는 기존에 투자된 곳이 너무 많다. 이렇게 볼 때 대만침공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기본적인 목표 중 하나가 '하나의 중국'이다. 대만은 언젠가는 중국으로 들어와야 될 곳이라고 확실하게 믿으며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대만 침공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 중 하나가 바로 주한미군을 묶어두기 위한 한반도의 긴장 조성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긴장 조성을 통해 얻어낼 것이 있다면 환영일 것이다. 솔직히 그들도 전쟁을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입고 결국 패배하는 모습을 보기는 싫겠지만, 적절한 군사적 긴장..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피터 자이한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Disunited Nations 피터 자이한 Peter Zeihan (지음), 홍지수(옮김), 김앤김북스 돌이켜보건대, 젊은 시절 나는 확실히 세상살이를 좀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니면 너무 비관적으로 해석하여 포기의 마음이 한 켠에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후자에 가까워 보이긴 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사정이 딱히 달라진 건 아니라서 지금도 가끔 모든 걸 내려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피터 자이한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너무 한 쪽 분야의 책들만 읽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나름 서양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고 철학이나 예술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자이한이 가지는 동시대에 대한 정보는 남다른 데가 있..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지음), 한재호(옮김), 글항아리 작가의 삶이란 “가장 특권적인 삶 (…) 끝없는 호기심과 활력, 무한한 열정으로 가득한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여행가가 된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게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48쪽) “손택은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방식으로 공격성을 표출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과 함께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했죠. 손택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테리 캐슬도 손택이 언제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난과 공격을 퍼붓고 무례하고 까칠하게 굴 준비가 돼 있었다는 데 동의한다. (379쪽) 단번에 시선을 잡아끄는 이 책은 매력적인 책 크기와 수전 손택의 사진이 책 ..

재편되는 세계, 그리고 한국 속의 나.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독일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그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포스팅을 읽게 되었다. 하긴 독일이 최근 러시아와 가까이 지낸 건 사실이다. 동시에 미국 또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세계 질서에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 인도, 터키, 이란,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미국과의 적절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패권 국가로서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 나라들은 한 때 제국이었던 국가들이었다. 러시아는 20세기 이후의 패권국가였다고 봐야겠지만. 최근 피터 자이한의 책 을 읽으면서 세계는 현재 미국이 설계해 놓은 질서 위에서 돌아가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실은 이를 부정하기에는 너무 설득력 있었고 상당히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슈타이얼, 바르트, 손택

유럽도 전개되는 양상이 비슷했다. 연로한 롤랑 바르트는 전통적인 지식인과 작가는 멸종하고 대부분이 대학교에 자리를 잡은 새로운 종이 그들을 대체하고 있다며 입버릇처럼 불평하곤 했다. 손택도 이런 묘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손택은 1980년 인터뷰에서 시대에 역행해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보편적인 역할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라고 공표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다니엘 슈라이버, , 글항아리, 288쪽 러셀 저코비(자코비)의 에서도 언급된 내용이다. 롤랑 바르트나 손택, 그리고 저코비가 이야기할 때의 그 지식인과 대학 교수는 일치하지 않는다. 신문기자를 지식인이라고 하지 않듯이(한국에서는 경멸적으로 '기레기'라고 쓰고 '쓰레기'로 해석한다) 대학교수도 지식인이 아니다. 저코비의 책을 읽으..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피터 자이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The Accidental Superpower 피터 자이한 Peter Zeihan(지음), 홍지수, 정훈(옮김), 김앤김북스 세 네시간 정도면 다 읽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두 세배는 걸린 것같다. 이것도 노트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읽었는데도 저 정도가 걸렸으니, 의외로 빡빡한 책이었다. 그냥 전 세계를 아우르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소양도 상당해야 한다. 다만 피터 자이한의 말대로 세상이 돌아가게 될 것인지를 두고 볼 일이다 라고 적고 싶지만, 그가 예상한 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미국이 슬슬 중동지역에서 발을 빼고 있으며,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역할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 그냥 미국 보수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The Last Intellectuals - American Culture in the Age of Arademe 러셀 저코비Russell Jacoby(지음), 유나영(옮김), 고유서가 지식인의 위기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던 지식인들이 사라졌다. 어떤 이유로 사라진 것일까. 이 책은 미국 지식인 사회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으나, 한국 뿐만 아니라 서유럽 국가나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도 해당될 것이다. 각국마다 사정을 다를 테지만, 예전과 달리 다양한 시사 문제에 대해 글을 써서 공적인 담론을 형성하며 비판적 여론을 불러일으키던 지식인들이 천천히 사라졌다. 저자는 이러한 '공적 문화의 빈곤화'를 이야기하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