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7

산다는 것, 그리고 교통사고

부산 출장이 있었다. KTX는 너무 피곤해 비행기로 내려가 회의장소까지 택시를 탔다.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부산 신항 근처 도로. 정신을 차려보니, 대형화물차량이 택시를 밀고 있었다. 약 70미터를 밀려내려갔다.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부딪혔는지 기억 나지 않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어디를 다쳤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택시가 밀려 한 바퀴 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 쪽 면은 다 엉망이 되었지만, 뒤집어지지도, 트럭 밑으로 깔리지도 않았으니, 구사일생이라고 해야 하나.    이게 몇 주 전 일이다. 실은 작년 말부터 시절이 좋지 못하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서로에게 좋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기에도 시간이..

2024년,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디자.

2023년말 우리 모두가 알았던, 이제는 세계 사람들이 아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영화배우가 스스로 이 세상과 등졌다. 두 아이의 아빠가 그렇게 떠났다. 이제 한국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비가 와도 내 책임, 눈이 와도 내 책임 같다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가신 후에, 한국 사회는 안타깝게도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잠시 선진국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은 하염없이 뒤로, 과거로 밀려내려가는 중이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 나라의 리더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과 비례할 뿐이다. 새해 초부터 야당 지도자의 피습 소식이 멀리 남쪽 도시로부터 전해져 오고, ... 혹시 사람들은 알련지 모르겠지만, 야당 지도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대부분이 구속되었거나 검찰 고발을..

201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마다 1월 1일은 옵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습관처럼 1월 1일, 새해 계획을 세웁니다. 저는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세우나마나 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의미에서 그랬습니다만). 회사에선 신년 사업 계획을 세우지만, 제 계획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현대 경영학에서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 강조됩니다. 미국에 사는 아랍 사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대놓고 '흄의 문제'를 끄집어내어 '우연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마찬가지로 흄(Hume)과 포퍼(Popper)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비관적이며 낭만적인 플라톤(..

2011년, 화요일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다음, 잠시 휴식을 취해보지만, 기대보다 늘, 언제나 빠르게 오후 1시가 오고, 오후 2시가 온다. 이 회사를 다닌 지도 벌써 2년이 넘어서고 있다. 제대로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으나, 내 뜻대로 되지도 않고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내 뜻대로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옳거나 제대로 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잠시 멈춰서서 생각하고 타인을 고려하고 이후 이어질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지고 걱정이 많아진다. 사무실에 커피를 내려 마시며, 이제는 사라진 에어로시스템의 작은 미니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다. 이젠 제 수명을 다한 듯한 캔우드 리시버 앰프를 사무실에다 옮겨 놓았는데, 언제 한 번 제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