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 33

서양 미술사: 근대 미술 강의 노트 1

오래 전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서양미술사를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이지 못한 강의였고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었던 관계로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만, 그 때 정리해놓은 강의 노트가 있습니다. 여러 참고 문헌, 그리고 제가 배웠던 서양미술사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제 이력이 유별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인문학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양미술사는 인문학의 꽃입니다. 철학사(혹은 지성사)와 비슷하게 움직이며, 언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우리들의 정신적 세계를 보여주며, 그 시대의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동시의 철학 책이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르네상스, 제라르 르그랑

르네상스 - 제라르 르그랑 지음, 정숙현 옮김/생각의나무 아마 서양 역사에 대한 책들 중 가장 많이 번역되거나 국내 저자에 의해 책으로 나온 시대를 말하라고 하면, 그것은 20세기(근현대)와 르네상스가 될 것이다. 서양 미술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정도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텐데, 이 3명의 예술가도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었다. 출판된 책들이나 우리들에게 알려진 인물들로 보나, 르네상스는 서양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대이다. 이 책은 그 시대 예술에 대한 입문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대체로 재미가 없고 난삽하기 십상이다(그래서 쓰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천연색 도..

로마 시대의 회화

로마 예술 양식을 이야기할 때, '환영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위의 그림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벽화인데, 꼭 창문인 것처럼 그렸다. 그래서 창 너머로 다른 건물이 있는 듯하다. 그 옆의 그림은 꼭 액자 속에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있는 것처럼 보인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 너머의 어떤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오래 전에 업로드한 이미지다. 폼페이 유적에서 나온 벽화 사진으로, 시중에 나온 서양 미술사 책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로마 시대의 회화 양식에 대해서 알게 해준다. 실제 로마 시대 내내 회화는 실내 벽 장식으로 주로 그려졌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나무판에 그려진 초상화들도 있지만, 로마 전역에 유행했기..

중심의 상실, 한스 제들마이어

중심의 상실 - 한스 제들마이어 지음, 박래경 옮김/문예출판사 제들마이어는 중세의 낙오병으로 그보다 훨씬 민감하고 환상을 보는 데에 도통한 점쟁이들을 모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논의가 이처럼 코기토 인터룹투스(Cogito Interruptus)의 정말 탁월한 실례가 될 수 있는 것은 그의 암시적이고 이해를 갈망하는 듯한 태도 때문인데, 그는 어떤 기호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우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며 윙크를 한 다음 "당신에게도 보이죠?"라고 말한다. - 움베르코 에코, '철학의 위안'(새물결, 조형준 옮김), 116쪽 이 책은 한스 제들마이어라는 독일의 미술사학자가, 1948년도에 썼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낯설고 기묘하며, 반-현대적이며, 도덕적인 교설과 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조중걸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 조중걸 지음/프로네시스(웅진)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조중걸(지음), 프로네시스 ‘키치’(Kitsch)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키치’를 ‘이발소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은 키치를 설명하기에 구체적인 스타일이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어떤 인식론적 태도라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카르스텐 해리스도 이러한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저자들은 키치를 이발소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인식론적 태도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키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영국 경험론을 이야기하고 현대 물리학과 현대의 추상 미술의 기원을 탐구해야만 한다. 이를 다 설명해야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실은 이..

서양미술사 입문

오래 전에 공저로 미술사 책을 낸 적이 있었다. 다시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먼저 블로그에 초고 노트를 정리해 올릴 계획이다. 2~3년 하다 보면, 책을 낼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Introduction to ‘History of Western Art’ 1. 예술(Art)이란 무엇인가? art(영어), ars(라틴어), techne(희랍어) - 예술의 가치는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 ‘예술의 역사’가 예술 이해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2. 다양한 시대의 미술 작품과 우리들의 감동이 가지는 연관관계 - 우리는 어떤 작품을 고전이라고 말하는가? - 과연 미술교과서는 우리를 감동시키는가? 3. 기술과 예술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 보이는 것(형태)과 보이지 않는 ..

바로크 예술

* 를 쓰기 전에 적어놓은 노트입니다. 바로크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1. 바로크: 근대성Modernity의 시작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어떤 세계일까?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꼭 이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라든가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가?' 따위의 물음과 유사한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특징을 부각시켜서 말하거나 아예 이 물음에 대한 답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너무 거대한 질문이라 실제 우리의 삶과는 무관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본다면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지금 이 세계에 대해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들, 신자유주의, 개인주의, 포스트모..

Greek Classicism 그리스 고전주의

슬퍼하는 아테나를 왜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고전주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걸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스 사람들이 생각했던 그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 운명이 어떤 것이었던 간에, 젊은 미켈란젤로를 매혹시켰고 자끄 루이 다비드로 하여금 그 대단한 천재성으로 고전주의 양식을 꽃피우게 했던 것이리라. 라신느를 읽은 지도 오래 되었다. 라신느를 읽을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게 오기를.

예술의 우주 2006.01.15

아킴볼도 Giuseppe Arcimboldo

Giuseppe Arcimboldo Fire. 1566. Oil on wood.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Austria 쥬세페 아킴볼도의 작품이다. 매우 특이한 그림들로 유명한 이 매너리즘 화가는 초현실주의적 원조격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천재적이거나 위대한 통찰력을 가진 예술가는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가 그렇듯이) 불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초상화는 그려진 모든 것들이 불타고 있거나 불에 잘 타는 것들로만, 즉 우리가 불을 붙일 때 사용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다른 초상화에서는 과일과 꽃들로만 그리기도 한다. 16세기 매너리즘의 주요 경향들 중의 하나가 '알레고리화의 유행'이다. 위 초상화의 도상학적 의미는 연구서적을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추측컨..

알로이 리글(Alois Riegl)의 ‘Kunstwollen’에 대하여

우리는 종종 최근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경향의 작품을 보면서 경탄해 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들은 정교하게 제작된 Painting을 곧잘 사진과 비교해가며 대단하다는 표현을 금하지 못합니다. 아직까지도 Painting에 ‘발전’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은 사진에서 보여지는 바의 ‘사실적(realistic)’인, 그 어떤 것을 향해가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인상주의의 등장이 사진술의 등장과 발달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때 리글이 말하는 바의 ‘예술의욕’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성이 생기게 됩니다. 예술의 역사 속에서 ‘진보와 퇴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카소가 비슷하게 말한 바 있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