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40

쌤소나이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Samsonite - Art Collaboration

기업은 예술, 혹은 예술가를 원하고 예술은 기업을 찾는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의외로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연례 행사처럼 'Art Calendar'를 만들기도 하지만, 직접 제작 경험을 가진 나로선, 그것이 얼마나 요식 행위인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식의 일회성 진행보다 체계화된 '아트 콜라보레이션 Art Collaboration' 프로젝트는 여러 모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쌤소나이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2011년부터 진행하여 이번이 네 번째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2011년 배병우, 2012년 이용백, 2013년 황주리.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의 예술 협업, 즉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고 2014년은 네 번째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쌤소나이트의 이..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이용재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이용재(지음), 디자인하우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도 책 한 권 써서, 쓴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위기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아주 비현실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뭔가 힌트를 얻을 요량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잘 팔리는 책과는 거리가 먼 필자에 가깝기 때문에, 잘 팔리는 책은 어떠한가 살펴보기 위해.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이 책은 글의 조탁(彫琢)이라든가, 단어의 선택, 문맥의 흐름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심지어 글의 내용과는 무관한 누군가의 리뷰가 글 초반에 인용되기도 하고(재미 삼아 옮긴 듯한) 인문학 기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빈약했고 마치 짧은 참고서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

안경, 그리고 술자리

"내일이 지구의 종말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술자리가 모든 존재들과의 추억을 나누는 자리였으면, 이 한 잔의 술은 보다 아름다울 거예요."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 술자리. 아니, 모든 술자리에는 내일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술자리마다 화해하고, 포옹하며, 미안해하며, 실은 사랑했노라고 고백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내 상상 속에서. 그렇게 취해간다. 안경을 바꾸었다. 바꿀만한 사정이 있었고, 그 사정 속에서 안경은 바뀌었다. 아주 어렸을 때, 80년대 초반, 안경 쓴 아이들이 멋있어 보이는 바람에, 몇 명은 의도적으로 눈을 나쁘게 하는 행위를 했고 나도 그 부류에 속했다. 형편없는 유년기의 모험은 독서에 파묻힌 사춘기 시절 동안 자연스레 안경 렌즈를 두껍게 하였다. 그렇게 사라져간다. 마음 속에서,..

어느 토요일 새벽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빈둥거리고 있다. 일찍 자긴 했다, 아니 깊은 잠을 자지 않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해답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대로 한다면, 다소 출혈이 발생한다. 그 출혈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책임질 것인가, 아닌가. 적고 보니, 전형적인 천칭자리의 접근법이다. 늘 그렇듯이 해답은 알고 있다. 딱 내 수준이긴 하지만. 찍어놓은 사진들은 많은데, 한결같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래 사진들은 제작년 가을 경주 여행에서 찍은 것이다.

목포 여행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목포에 다녀왔다. 아는 형의 결혼식이 있었다. 목포에 있는 탓에 자주 보지 못하나, 서울에 있는 동안 자주 술을 마셨고, 마흔 중반의 첫 결혼이라, 조금 망설이다가 벗들과 함께 다녀왔다. 멀리 갔다오면, 근사한 여행기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문장은 예전만 못하고 생각이 얕아지고 시간은 없다. 바다 모습이 내가 살았던 마산 앞바다와 비슷해 보였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바다. 파도는 낮고 섬들이 가로막은 풍경. 금요일 저녁에 목포에 도착했고, 토요일 저녁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토요일, 결혼식이 열렸던 목포 현대호텔을 나와 호텔 뒷편을 걸었다. 물기가 대기 중에 가득했고 몸은 어수선했다. 서울에서 마신 알콜 기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목포에서 다시 술을 마신 탓이다. 현대..

춘천으로 떠난 가을 여행

여행을 좋아할 것같지만, 여행지에 가서도 책을 읽는 터라, 실은 여행을 거의 가지 않는다. 가끔 가게 되는 여행에서도, 낯선 풍경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풍경은 늘 빙빙 돌아 내 마음 한군데를 가르키고, 결국 내 마음만 들여다보다 오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여행보다 집에 박혀 책을 읽고 음악 듣는 게 더 즐거운 일이 된 나에게 ... 이번 여행은 내 의지라기 보다는 가족의 의지로 가게 된 것이었고, 한 줄의 글도 읽지 못한 최초의 여행이 되었다. 이 특이한 경험 위로 즐겁게 웃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겹쳐지니, 즐겁고 가치 있는 여행이 되었던 셈이다. 2박3일 동안 남이섬, 소양강 댐, 청평사를 둘러보는 여행이었고, 숙박은 춘천 세종호텔이었다. 사진을 꽤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로 돌아와서 살펴보니 ..

일상의 여행

 명동 하늘 위에서 오전 내내 고객사에서 회의를 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집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 가는 내내, 산타나를 다운로드하여 들었다. 좋았다. 추억의 밴드가 되어버린 산타나였다. 맥주와 데킬라 생각이 자연스럽게 버스를 물들였다. 행인들의 얼굴로 레몬이 흘러갔다. 레몬이 담긴 코로나 병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산타나를 들었다.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오는 동안, IT Governance, IT Outsourcing, Service Strategy, SNS Marketing, Social Commerce 등 갖가지 단어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활짝 개인 봄 하늘이다. 오늘, 암스테르담 스키풀 공항은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예전에 찍었던 사진..

내 마음의 건축 - 하, 나카무라 요시후미

내 마음의 건축 - 하 -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다빈치 일요일 아침, 조심스럽게 일어나 서재로 와서 밀린 독서를 하였습니다. 독서가 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제 독서는 가족의 즐거운 일상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내에겐 이런저런 수다를 할 남편이 필요하고 이제 겨우 백일이 되어가는 아이에겐 눈을 마주칠 아빠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제 독서란 아주 이기적인 것이지요. 하지만 습관은 어쩌지 못하는 탓에,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내와 아이를 방해하지 않고 일어나는 조심스러움이 일요일 아침의 키폰인트인 셈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이 책은 블로그 이웃이신 하늘바다 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이 책은 상권, 하권, 이렇게 두 권으로 나왔는..

우기(雨期)의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왔다. 올해 초 내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이 변화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고 새로운 미래와 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변화에 대해선 길게 정리하고 싶어, 반은 사적이고 반은 공적인 블로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사진 두 장을 올린다. 아열대의 숲을 보고, 나는 아비정전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아비정전을 숨죽여 보던 시기로부터 17년이 지났다. 삶의 태도와 보이지 않는 생각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무언가를 찾아 나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이제 다시 시작인 셈이다. 이틀 동안 머물렀던 빌라의 한 장면이다. 풀장 깊이가 약 1.5미터나 되었고 수시로 다람쥐들이 놀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