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13

알프레드 지로 Alfred Giraud 테이스팅 클래스 후기

알프레드 지로Alfred Giraud 테이스팅 클래스에 우연히 참가했다. 프랑스 위스키는 난생 처음이다. 프랑스 와인이야 늘 마시는 것이지만, 위스키는 ... 그러고 보니, 프랑스는 왜 위스키가 없지. 와인이나 코냑이 너무 막강해서 그런 건가. 그런데 이번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전 세계 1인당 위스키 소비량은 프랑스가 1위라고 한다(그래서 프랑스 애들이 가면 갈수록 와인을 마시지 않는 건가). 또한 위스키의 재료가 되는 맥아(몰트)의 생산량은 세계 2위라고 하니. 물이 좀 나쁜 거 빼곤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추어져 있는 셈인데. 물도 알프스 쪽으로 가면 괜찮은 걸로 알고 있으니까, 의외로 위스키 시장의 숨겨진 인재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보리로 술을 담그는 문화를 나폴레옹 때부터 금지시켰다고 한다. 그..

볼스 Bols 칵테일 클래스 후기 - 칵테일 세계로의 초대

칵테일을 마실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심지어 얼음도 넣지 않는다.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요즘 그렇다는 말이다. 위스키는, 뭐랄까, 타격감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셰리 위스키보다 묵직한 피트 위스키로만 마신다. 이런 점에서 접근성이 좋은 탈리스커는 아웃이다. 라가불린도 살짝 위험하다. 이런 내가 칵테일 클래스라니.  주류 수입사에서는 마케팅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하긴 일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관계자가 어려움을 토로하는 걸 들으니 새삼스러웠다.. 성인 대상의 마케팅으로, 다양한 법적 규제 속에서 제한적인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상품이 술과 담배다. 그 다음이 의료 부문인데, 상당히 까다롭다. 그..

퇴근 길 피트 위스키 한 잔, 두 잔, ...

탄소 함유량이 60%이하인 석탄을 이탄(peat)라고 한다. 아래와 같이 생겼다. 이끼 등이 썩지 못한 채 탄화되어 쌓인 것으로 보면 되는데, 이끼, 풀, 심지어 작은 나무 가지들도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먹을 수 있다는 설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 대부분 땔감용이었다.   피트 위스키는 맥아를 건조시킬 때 킬른(kiln)이라는 가마에 넣어 뜨거운 바람으로 30시간 정도 말리는데, 이 때 땔감으로 이탄, 즉 피트를 사용하는 경우, 독특한 향이 입혀진다. 최근에는 피트향을 강하게 하기 위해 피트 연기로 가득찬 밀폐된 공간에 두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방식은 아닌 셈이다.   라가불린 16년산을 마셨다. 아드벡이 남성적이라면 라가불린은 꽃향기처럼 부드럽다. 부드럽게 깔리는 피트향도 이 위스키의 ..

문득, 하늘, 그 거리, 그 골목의 새벽.

거실에서 바라본 하늘은 높고 구름은 현란하다. 바람이 많았다.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으로 가야 된다던 그 시인을 읽지 못한지 한참 되었다. 슬픈 일이다. 영화 감독이 된 이후, 그는 인기를 잃어버렸다. 한 때 영화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 잘 모르겠다. 아직 나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를  보다 말았고, 한 때 마돈나를 사랑했던 숀 펜의 영화는, 그 특유의 불편함으로 인해 매번 처음만 보다가 멈춘다. >가 그랬고 >가 그랬다. >의 사운드트랙은 정말이지!!  요즘 자주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지만 나는 혼자 여행 떠나는 것에 대해 어떤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유 탓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이 다들 잠든 자정. 일본의 어느 소도시 산기슭에 있는 어느 호텔, 하나둘 조명..

피트

술에 취했다. 애비로드를 들었다. 와인은 바닥났고 취기는 피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수선한 가을이다. 마음이 스산하고 갑자기 늙었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특전사 장교 출신에 중동 지역에 파병까지 갔다온 스타트업 대표는 몇 주 전에 ADHD 진단을 받았다며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것이 한 번에 사라졌다며 좋아했다. 다른 동료들은 근육질로 변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 ADHD 탓이였다고 회고했다. 나를 보며, 형도 그런 것같다며 웃었다. 하긴 나도 여러 권을 책을 동시에 읽고 모니터로 활자를 읽지 못하니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정리하고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상당히 오래 일을 했지만, 뭔가 내세울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 무엇 하나 깊이 있게 알..

misc. 0306

1. 어제 밤에 갑자기 페이스북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가 싶어 걱정했다. 해킹당한 건 아닌가 하고. 몇 번 비밀번호 찾기와 변경을 하였으나, 에러가 났고, 여기저기 검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는 페이스북 관련 검색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어느 인도 미디어 사이트에서 outrage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페이스북 로그인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영문기사를 내기도 했더라. 혹시나 해킹당했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싶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편리함 만큼 위험도 더 커지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도 복잡성의 증가일 것이다. 그러니 어..

벤로막Benromach 10년

벤로막 10년 Benromach 10y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벤로막 증류소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탓에 최근 많이 줄인 상태이지만, 좋은 술 앞에선 흔들린다. 한동안 와인을 집중적으로 마시다가 최근엔 전통 소주와 위스키로 넘어갔다. 블랜디드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보다 묵직한 피트에 빠져,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는 '아드벡'으로 바뀐 상태다. 이 위스키에 대해선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얼마 전에 마신 벤로막 10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익히 가성비 갑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목넘김, 상당한 밸런스, 풍부한 과실향과 스모키함 등 적절한 균형미를 가지고 있었다. 싱글 몰트 입문용..

혼술, 또는 쓸쓸한 두려움의 시각

혼술의 빈도가 늘어나는 나이.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어 가는 계절. 술에 취하는 것이 무서워지는 시간들. 기도를 올리기 위해 두 손을 모으지만 계속 방향이 어긋나는 몸으로 변해가는 시절. 인생의 오르막이 아직도 한참 남아 있음을 아직 어린 아들을 보며 깨닫을 무렵, 역시 위스키는 부드럽게 취하긴 적당하지 않아. 특히 탈리스크는 피트가 좀 거칠고 날카로워. 난 좀 더 묵직하고 부드러운 피트가 필요해. 그래야 취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혼자 주절거리던 시간. 그런 시간들이 흘러 어둠 속으로 묻히는 여름밤. 밖에 닫힌 창 너머로 비 소리가 들리고 ... 내가 취한 걸 아무도 모르는 어떤 깜깜한 밤.

독한 술의 위로

작년에 알게 된 술들이 몇 가지 있다. 탈리스크나 라프로익 같은. 그러다가 가장 입에 맞는 술은 아드벡이었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폭발 지경에 이르러 사무실 근처 위스키바에 가서 위스키를 마셨다. 나이가 들면 안정적이 되고 쉽게 솔루션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는 걸 몰랐다. 어찌되었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이 나라는 사실은 내 일상을 참 피폐하게 만든다. 주장, 혹은 그것에 따른 실행, 한 마디로 권한 뒤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앞의 것에 대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뒤의 것에 대해선 갖고 싶어하지 않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의 학교에서는 '책임'에 대해서 제대로 ..

한 잔의 깔바도스

술 기운이 확 올라왔다. 피곤했다. 지쳐있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 프로젝트의 한복판에 있었다. 자주 술을 마신다. 팀원을 다독이기 위해서 마시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시고 이런저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신다. 블로그도 뜸하다 보니, 오는 사람도 뜸해진다. 레마르크의 을 읽다보면, 사과로 만든 술 '깔바도스'가 궁금해진다. 사과향이 확 올라오지만, 끝은 무겁고 까칠하다. 거친 사내의 느낌이다. 둔탁하지 않고 날카롭다. 적당한 바디감이지만, 부드럽지 못해 살짝 불쾌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연거푸 마셔 한 잔을 빠르게 비운다. 비운 만큼, 내 마음의 때도 알코올 향 따라 사라질려나.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올해의 반성이니 결산이니 하는 건 사치다. 그저 술을 마실 뿐이다. 이렇게 술을 마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