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8

misc. 0306

1. 어제 밤에 갑자기 페이스북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가 싶어 걱정했다. 해킹당한 건 아닌가 하고. 몇 번 비밀번호 찾기와 변경을 하였으나, 에러가 났고, 여기저기 검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는 페이스북 관련 검색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어느 인도 미디어 사이트에서 outrage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페이스북 로그인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영문기사를 내기도 했더라. 혹시나 해킹당했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싶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편리함 만큼 위험도 더 커지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도 복잡성의 증가일 것이다. 그러니 어..

벤로막Benromach 10년

벤로막 10년 Benromach 10y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벤로막 증류소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탓에 최근 많이 줄인 상태이지만, 좋은 술 앞에선 흔들린다. 한동안 와인을 집중적으로 마시다가 최근엔 전통 소주와 위스키로 넘어갔다. 블랜디드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보다 묵직한 피트에 빠져,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는 '아드벡'으로 바뀐 상태다. 이 위스키에 대해선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얼마 전에 마신 벤로막 10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익히 가성비 갑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목넘김, 상당한 밸런스, 풍부한 과실향과 스모키함 등 적절한 균형미를 가지고 있었다. 싱글 몰트 입문용..

혼술, 또는 쓸쓸한 두려움의 시각

혼술의 빈도가 늘어나는 나이.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어 가는 계절. 술에 취하는 것이 무서워지는 시간들. 기도를 올리기 위해 두 손을 모으지만 계속 방향이 어긋나는 몸으로 변해가는 시절. 인생의 오르막이 아직도 한참 남아 있음을 아직 어린 아들을 보며 깨닫을 무렵, 역시 위스키는 부드럽게 취하긴 적당하지 않아. 특히 탈리스크는 피트가 좀 거칠고 날카로워. 난 좀 더 묵직하고 부드러운 피트가 필요해. 그래야 취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혼자 주절거리던 시간. 그런 시간들이 흘러 어둠 속으로 묻히는 여름밤. 밖에 닫힌 창 너머로 비 소리가 들리고 ... 내가 취한 걸 아무도 모르는 어떤 깜깜한 밤.

독한 술의 위로

작년에 알게 된 술들이 몇 가지 있다. 탈리스크나 라프로익 같은. 그러다가 가장 입에 맞는 술은 아드벡이었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폭발 지경에 이르러 사무실 근처 위스키바에 가서 위스키를 마셨다. 나이가 들면 안정적이 되고 쉽게 솔루션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는 걸 몰랐다. 어찌되었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이 나라는 사실은 내 일상을 참 피폐하게 만든다. 주장, 혹은 그것에 따른 실행, 한 마디로 권한 뒤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앞의 것에 대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뒤의 것에 대해선 갖고 싶어하지 않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의 학교에서는 '책임'에 대해서 제대로 ..

한 잔의 깔바도스

술 기운이 확 올라왔다. 피곤했다. 지쳐있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 프로젝트의 한복판에 있었다. 자주 술을 마신다. 팀원을 다독이기 위해서 마시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시고 이런저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신다. 블로그도 뜸하다 보니, 오는 사람도 뜸해진다. 레마르크의 을 읽다보면, 사과로 만든 술 '깔바도스'가 궁금해진다. 사과향이 확 올라오지만, 끝은 무겁고 까칠하다. 거친 사내의 느낌이다. 둔탁하지 않고 날카롭다. 적당한 바디감이지만, 부드럽지 못해 살짝 불쾌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연거푸 마셔 한 잔을 빠르게 비운다. 비운 만큼, 내 마음의 때도 알코올 향 따라 사라질려나.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올해의 반성이니 결산이니 하는 건 사치다. 그저 술을 마실 뿐이다. 이렇게 술을 마시기도 한다...

misc.

수십년은 되었을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한밤 중, 퇴근 후 마신 술이 부족해, 집에 들어와 마트에서 사다놓은 위스키를 꺼내 한 두 잔 들이키다가 그냥 취해버렸다. 아마 취한 내 마음과 달리 내 귀는 이브 몽땅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뻐했을 것이다. 수백장의 음반을 놔두고도 듣지 못하는 요즘 내 신세를 보면, 뭐랄까, 음악을 듣는 것도 젊은 날의 사치같다. 지금은 그저 추억. 최근엔 몰트 위스키에 빠졌다. 와인에 빠졌다가 이젠 위스키로 넘어가는 중이다. 나이 탓도 있겠다. 아니면 더위 때문인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보면서, 역시 호크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평면과 입체를 교묘하게 섞어놓으면서 그 사이를 응시하는 관객에게 도리어 묻는다. 너는 지금 무엇을 ..

최근

1. 최근 블로그 상에서 바로 글을 써서 올린다. 그랬더니, 글이 엉망이다. 최근 올린 몇 편의 글을 프린트해서 다시 읽어보니, 문장의 호흡은 끊어지고 단어들이 사라지고 불필요한 반복과 매끄럽지 못한 형용어들로 가득했다. 결국 나는 몇 번의 프린트와 펜으로 줄을 긋고 새로 쓰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끼인 세대인 셈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끼인 세대.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지만, 읽기는 무조건 종이로만 읽어야 하는. 그래서 최근 올렸던 글을 프린트해서 다시 쓰고 고쳐 새로 올릴 계획이다. 얼마나 좋아질 진 모르겠지만. 2. 헤밍웨이의 를 읽고 있다. 무척 좋다. 번역된 문장들이 가지는 태도가 마음에 드는데, 원문은 얼마나 더 좋을까. 영어 공부를 열심해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된 셰익스피..

절망의 서울을 넘어, 술의 나라로

절망의 서울을 넘어, 술의 나라로 가서 "불끈" 희망의 불씨를 찾아 나오자.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인생이란 가끔 말도 되지 않는 불가능에 도전할 때도 있다. 날이 추울 땐, 추운 것에만 신경을 썼는데, 요 며칠 따뜻해지니 여간 허한 것이 견디기 힘들 정도다.허할 땐 술이 최고이지만, 몸의 상태가 예전만큼 되지 못해요샌 포도주 일색이다. 하지만 포도주 경험이 늘어날수록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ㅡ_ㅡ;;;돈을 거의 벌지 못하는 주제에 이래저래 고급 취향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나의 미래를 참담하게 만든다. 작년말부터 마신 술들이다. 이제 술을 마실 때마다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둘 생각이다.술도 까다롭게 골라, 좋게 마시면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터인데그간 아무렇게나 마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