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6

과학사상사, 혹은 과학사

그리스 과학은 주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순수하게 지적이었다. 그것은 정신의 내부에서 출발했고 현상을 자기 인식이라는 낯익은 말로 설명하기 위하여 그 속에서부터 목적, 영혼, 생명, 유기체 같은 개념이 외부로 투영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어떤 설명을 할 때 그 성공 여부는 오직 그것의 보편성과 이성을 만족시키는 능력에 달려있었다. 그리스 과학은 실험을 거의 몰랐다. 그리고 호기심을 넘어서 적극적인 힘으로 나아가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서 근대 과학은 비개성적이고 객관적이다. 그것은 그 출발점을 정신 외부의 자연에 두며, 새로운 현상을 예측하고 새로운 개념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또 실험을 통해서 검증하기 위하여 모은 현상의 관찰 결과들을 분석-종합하여 여러 ..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Die Kulture der Renaissance in Italien 야코프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 안인희(옮김), 푸른숲 청춘은 아름다워라.그러나 쉽게 날아가버리네!즐거운 사람이여, 즐거워하라 내일은 아무 것도 확실치 않으니 Quanto e' belle giounezzaChe si fugge tuttavia!Chi vuol esser lieto, sia:Di doman non c'e' certezza - 로렌쪼 일 마니피코(Lorenzo die' Medici) 굳이 내가 이야기하기 않아도 이 책은 너무 유명하다. 문화사나 예술사가 학문의 주류로 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책이며, 역사 서술에 대해 있어 새로운 방식을 선 보였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로부터 ..

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베네치아의 종소리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문학동네 자주 수필집을 찾게 된다. 심각한 소설이나 엄숙한 인문학 책 대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크게 상처 입지 않으며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을. 스가 아쓰코. 우연히 도서관 서가를 살펴보다 꺼낸 산문집의 저자이다. 역자 송태욱은 잘 아는 이름. 십수년 전 가라타니 고진의 책 여러 권을 무난하게 번역한 이니, 믿을 만하다. 어쩌면 역자 때문에 스가 아쓰코의 책을 집어든 것일지 모른다. 스가 아쓰코. 1929년에서 1998년을 살다 죽은, 일본의 번역가이자 수필가. 예순 하나에 쓴 에세이로 일본 문단 최고의 에세이스트로 유명세를 얻었다. 에는 총 12편의 글이, 시간의 순서나, 주제나 소재의 질서와 무관하게 배열..

오징어뼈, 에우제니오 몬탈레

출근길에 시집 한 권을 챙겨 나섰다. 지하철 안에서 시집을 읽는 건 너무 낯설어서, 꺼내지도 못했다. 이는 사무실 안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시집을 읽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로만 했다. 어쩌면 모든 시는 위기의식으로 만들어지듯, 모든 시 읽기는 현대적 공간에선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시를 읽는 나는 물신적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21세기 현대적 공간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 같았다. 한 때 내 모든 것이었던 시는 이제 시 읽기조차도 어색해진 상황이 되었으니, … 그런 내가 들고 나온 시집은 에우제니오 몬탈레의 ‘오징어뼈’였다. 이탈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그의 시는 번득이는 슬픈 유머와 깊은 통찰, 그리고 나와 너, 자연을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는 서..

이탈리아로 미술 여행을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 - 고종희 지음/한길사 책은 쉽게 읽힌다. 문화일보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묶어낸 듯하다. 무수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을 배출한 나라 이탈리아. 책의 서두에서 아래의 문단을 인용해본다. 이탈리아의 문화적 저력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지방분권의 정치체제에서도 기인한다. 이탈리아가 통일이 된 시점은 1860년대에 불과하다. 로마제국 이후 이탈리아는 독립적인 도시국가로 형성되었다. 이를테면 로마와 그 주변 지역은 교황청에 속해 있었으며, 밀라노는 공작이 지배하던 롬바르디아의 수도였고, 베네치아는 그 자체가 베니치아 공화국이었다. 피렌체는 공화국으로, 때로는 토스카나 공국으로 정치적 옷을 갈아입으며 발전해나갔다. 한편 만토바, 파도바, 우르비노, 시에나, 라벤나와 같은 중소도시..

나의 즐거운 일기, 난니 모레티

나의 즐거운 일기 감독 : 난니 모레티 주연 : 난니 모레티, 제니퍼 빌즈 장르 : 코미디, 제작년도 : 1994년 1. 하얀 종이마다 누런 개미가 한 마리씩 눌려 죽어있었다. 사무실에서 프린터 해 온 난니 모레티가 프랑스 영화잡지인 Positif와 한 인터뷰 기사 위에. '개미가 눌려있는 인터뷰' 실은 집에 개미가 너무 많다. 오늘 아침엔 늦게 일어나 택시를 잡아탔는데, 가방에 개미가 붙어서 기어가고 있었다. 그냥 무심히 넘어갔지만, 객관적으로 개미가 너무 많다. (나에게도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존재했던가) 2. 우리 집에 개미가 많다고 해서 세상에 종말이 오거나 몇 년 동안 구름에 갇혀 해를 보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내가 죽인 개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