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23

2011년을 되돌아보며 - 1. 풍경으로서의 정치

* 이 글은 몇 달 전에 시작되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글의 일부다. 그 사이 세상은 꽤 변했고 ... 하지만 쓴 글이니.. 끝까지 다 쓰고 올릴 계획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서두부터 올리고 글이 씌여지는 대로 업데이트를 할 생각이다. 2011년을 되돌아보며 01. 풍경으로서의 정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한미FTA를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난 뒤, 그 누구도 그 행위에 대한 반성 표명 없이 스스로 일신하겠다며,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하고 있다. ‘비대위’라는 상징적 기구를 통해 일신의 모양새를 만든 후, 친이계와 현 MB정부를 압박하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지만, 이건 그저 풍경일 뿐이다. 풍경은 소통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드러낼 뿐이며, 보는 이들을 향해 풍경 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보는..

'빡센' 독서 모임 1차 모임

안녕하세요. ‘파아란 영혼’을 운영하고 있는 지하련(김용섭)입니다. 1차 독서 모임 공지를 올릴까 합니다. 원래는 참가 신청 인원이 꽤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참가 신청 인원이 적었습니다. 역시 ‘빡센’ 독서 모임이라는 생각에 몇몇 지인들만 참가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일정과 장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6월 2일 수요일 오후 4시 강남 토즈(www.toz.co.kr) 2호점. http://www.toz.co.kr/booth/jb_booth/booth_jb_basicinfo.asp?idx=1 모임명: ‘빡센’ 독서모임. 1차 독서 모임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독서 모임의 운영 / 앞으로 1년 동안 읽었으면 하는 도서 목록 - 독서 모임과 관련 없지만, 들으면 좋은 ‘서양미술사’ 특강 인상주의과 ..

마네, 우키요에, 자포니즘

* 몇 년 전에 적었던 글을 업데이트해봅니다. Le fifre (The Fifer) 1866; Oil on canvas, 160 x 98 cm (63 x 38 5/8 in); Musee d'Orsay, Paris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가지는 미술사적 의의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것은 회화 공간의 평면화이다.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될 평면화가 마네에게 있어서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는 것이다. 즉 환영주의나 눈속임(Trompe l'oeil)로 이름붙여진 어떤 전통이 후퇴하고 색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평면적인 양식이 두드러지는 최초의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평면적 구성이 서양의 사상사나 예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지만, 매우 흥미롭게도 이 ..

가을의 오르세(Orsay)

어제 오전 일찍 나와, 세느강 옆을 걸었다. 서울은 마치 표준화, 규격화, 효율화의 전범처럼 꾸며져 있다면, 파리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르다. 얼마 전 서울시 청사의 재건축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느강 옆을 걸으면서 보게 된 강 옆에 놓인 배들의 모양 하나하나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설계되고 장식되어 있었다. 동일한 디자인의 아파트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서울은 꼭 20세기 초 근대주의자들의 잃어버린 로망을 되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인다. 하나가 잘 되면, 그 하나를 따라하기 바쁘다. 한국 사업가들이 '벤치마킹'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있어 세계가 놀랄 정도의 시간 단축을 보..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사이의 쿠르베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사이의 쿠르베 "어떤 세기의 화가가 그 이전 세기나 미래의 세기의 사물을 재현한다는 것, 즉 달리 말해서 과거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역사적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당대적인 것이다. ... 또한 나는 회화란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예술이며, '현실적이고 실재하는' 사물들의 재현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화란, 어떠한 단어 대신에 모든 가시적인 대상으로서 구성된, 전적으로 물질적인 언어이다. '추상적인' 대상, 눈에 보이지 않으며 실재하지 않는 대상은 회화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 쿠르베,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1861년 12월) 중에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오랜만에 미술에 대해서 잠시 끄적여 본다. 로만..

예술의 우주 2007.07.29

인상주의

* 2004년 책을 내기 전 정리한 노트입니다. 몇 년이 지났는데, 이 때 이후 열심히 공부하질 못했네요. 자본주의의 시대 예술 작품을 이야기하는 데, 뜬금없이 '자본주의의 시대'라는 소제목이 의아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시대'라는 문구만큼 적절한 것을 찾지 못했다. 19세기 초 낭만주의자들이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멀리 도망치길 원했다면, 그래서 어떤 환상이나 몽상적 세계를 꿈꾸었다면, 19세기 중반의 낭만주의자들은 현실과 싸워 세계의 진보를 이루려고 했다. 이것이 발자크의 세계관이다. 다시 세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그것은 과학기술의 진보를 믿는 부르주아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유럽을 휩쓸고 지나가던 시기의 부르주아의 세계관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바람, 그리고

시간들이 색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 이들은 바로 인상주의자들이다. 시간 따라 변하는 색채의 현란함, 그 현란함이 가지는 찰라의 쓸쓸함, 그리고 쓸쓸함이 현대인들의 피부를 파고 들어 삶의 양식이 되었음을 깨닫게 해준 이들은 인상주의 이후의 모더니스트들이다. 그리고 그 쓸쓸함은 본래적인 것이며,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견고한 피부를 만들고자 한 이들이 초기의 모더니스트들이라면, 그 쓸쓸함으로부터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순간의 희열 속에 온 몸을 던지는 것이 후기(post)의 모더니스트들이 아닐까. 고객사를 가다 오는 길에 어느 집 담벼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붉은 잎사귀를 찍는다. 하나는 내 혓바닥 같다. 다른 하나는 누구의 혓바닥일까. 지금 나는 누군가의 혓..

한겨레문화센터 열번째 강의 - 19세기 미술

19세기 - 라파엘전파, 사실주의, 인상주의. 19세기를 특징짓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찰스 다윈'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19세기의 학문이나 예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할 때 찰스 다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19세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존 파울즈의 속에서 주인공의 이름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다윈일 정도이니, 그가 19세기 후반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치즘도 다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세기는 여러모로 양 극단을 달리는 시대이다. 이러한 분열의 증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영국이다. 영국 런던의 뒷골목은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사람들이 움막 같은 집에서 살며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만연하..

휘슬러

"Symphony in White, No. 1: The White Girl", 1862 James McNeill Whistler 지금 보면 무척 낡고 고루하며 시대에 뒤쳐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이 발표되었던 19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이 정도 분위기의 그림이 보수적인 계층의 비난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유명세를 치루었다. 휘슬러는 인상주의 친구들과 친했지만, 그의 화풍은 인상주의보다는 더 과거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분명 그의 고향, 미국적이다. (* 우리는 이 때위싱턴이 신고전주의적인 건물들로 이루어져있음을 떠올려야할 것이다. 19세기 초 미국은 신고전주의 열풍으로 떠들썩했다.) 여하튼 휘슬러는 적당하게 19세기 중반적이었다. 이후의 혁명적인 양식에 속하지도 못했으며 차라리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전의 ..

르느와르 - 로맹 라코 양의 초상

Mademoiselle Romain Lacaux 1864. Oil on canvas Cleveland Museum of Art, Cleveland, USA (* 로맹 라코 양의 초상) 르누와르의 초기 작품이다.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구한 이미지이다. 개인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르누와르의 작품들(* 빛들이 요동치는)보다 비교적 초기에 해당되는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 르누와르가 존경하던 앵그르와 코로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은 초상화 장르의 관례를 존중한 것으로 보여진다. 옷의 주름 처리나 소녀의 초상 뒤로 보이는 배경의 처리에서 르누와르의 그림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참고로 르누와르는 인상주의에 속하는 예술가이며 젊은 시절 끌로드 모네와 같이 살기도 했다. ..